“이게 맞는 것 일까?”
나에겐 늘 항상 달고 있는 말이 있다. “이게 맞는 것일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방향성에 대한 고민으로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고민의 시작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과 절차 그리고 결과를 배분하는 것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한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지역농협이라는 조직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수행한다(신용사업은 예금과 대출. 경제사업은 하나로마트를 떠올리면 된다.). 통상적으로 신용사업은 흑자를, 경제사업은 적자의 결과를 낸다.
최근 사례로는 경제사업 중 하나로마트 인력 운영에 관련한 고민이다. 먼저 고민의 배경이 되는 사항을 말하자면,
1. 우리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적자이다.
2. 근무조건(급여 및 채용형태 등)을 고려하면 젊은 인력 채용은 어렵다.
3. 최근 젊은 직원에 대하여 하나로마트 점장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요청하였으나, 경영진에서 거부하였다.
4. 해당 직원의 계약기간이 2년이 도래함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이 안되는 경우, 그 직원은 퇴사하여야 한다.
5. 직원의 계약종료와 하나로마트 요청 거절로 인하여, 하나로마트 직원들에게 부정적 영향이 발생될 것이 우려된다.
여기서 각각의 입장을 정리해보자.
하나로마트의 입장은 이렇다.
1. 신규 인력 채용이 어렵다.
2. 무기계약직 전환을 하지 않고 내보내려는 젊은 인력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인력이다.
3. 인력을 상시로 내보내는 경우, 직원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
경영진의 입장은 이렇다.
1. 하나로마트는 적자이다. 다르게 말하면 신용사업에서 내는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
2. 하나로마트 운영 형태를 근시일 내에 축소 변경할 것이고, 이에 따른 유휴인력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함이다.
3. 적정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무기계약직은 충분하고, 그들을 관리하도록 전문직(마트관리직)을 운용하고 있다.
4.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으나 그 업무의 생산성 증가는 한정된 반면 인건비 비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적자가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이 경우에는 하나로마트에 충분한 명분이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다른 돌파구는 무엇이 있을까?
짧은 식견으로 도출한 방안은
가. 사업확장을 통한 추가 인력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것
나. 무기계약직을 전환하고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나로마트를 흑자로 전환 시키는 것
다. 다른 직원들의 연장근무를 대체하여 근무하도록 근무환경을 조정하는 방안
각각 방안에 대해서 맞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다” 부터 생각해보면 전체적인 사무소의 인건비 비용은 절감이 된다. 직원들의 연장근무가 줄어들고 일과 삶의 균형이 개선된다. 좋다. 그런데 기존 직원들은 연장근무를 통한 수당으로 삶에 필요한 급여를 조달하고 있고, 그들은 연장근무를 수행하는 것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쉽게 말해 기존직원들의 입장을 무시하고 강제분배를 진행하는 것인데, 이게 맞는 것일까?
“나” 를 생각해보면 이 사업장 자체가 흑자였다면, 부족한 명분에도 그 인력을 유지하고 무기계약직을 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는 권한이 있을 것이다. 아니 경영진에서 지금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경제사업은 흑자를 내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하고 있지 않다. 조합원의 이용 - 편의 - 지역사회 지지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흑자로 전환시키는 것만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그것이 맞는 것일까?
주변 환경에서의 신도시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실제적으로 농축산업을 영위하는 조합원은 많지 않다. 즉, 조합원이 추가로 농축산물을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고, 현재의 조합원이 공급하는 농축산물 물량만큼은 충분히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도시에 비해 대형마트가 과하게 들어오면서, 하나로마트에서 조합원의 농축산물을 판매한다고해서 현재보다 더욱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며, 조합원이 공급하는 물량을 늘리더라도 소화할 수 있도록 초과수요가 풍부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시선을 돌려 공산품 판매는 조합원의 삶에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가? 요즘 공산품을 조달하는 것은 더더욱 쉽다. 조금만 둘러봐도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있고, 쿠팡 등의 온라인 쇼핑과 배송이 즐비하다. 그리고 위치상 우리농협의 하나로마트가 위치한 지역은 다른 농협들의 하나로마트나 일반업체의 대형마트보다 더욱 조합원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더구나 지역사회 시장가격 지지대의 역할은 수행하지 않는다고 보인다. 하나로마트의 본질적 목적 중 하나인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을 억제하는 목적을 수행하는 것은 이제는 일부 시골에 있는 하나로마트에 한정된다. 도시에 있는 하나로마트는 대형마트와 경쟁하면서 오히려 가격경쟁력이 열위한 편이며, 농축산물의 공급자들을 대변해야하는 만큼 가격을 인하하기 어려워 고객에게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형성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를 생각해보자. 하나로마트의 사업확장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흑자까지 달성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유휴 인력발생이 아니라 오히려 인력수요가 상승할 것이고 다른 직원들의 급여 상승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첫째, 이것을 하나로마트가 직접 기획하는 것이 아닌, 경영기획부서에서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주체의 고민 문제가 발생된다.
둘째, 사업장 환경을 고려해서 사업확장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은 되는 것일까?
셋째, 비용효율 측면에서 이 문제에 투자하는 경영기획부서의 시간이 신용사업의 확장이나 관리 혹은 다른 경제사업 구조의 기획에 투자하는 것보다 조직 전체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일까?
넷째, 하나로마트 사업의 확장을 위한 인적, 물적 조달비용은 증가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용점포 확대와 같은 기회비용 사건 대비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까지의 결론에 대하여 아직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였다. 현상유지가 오히려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휩쓸고 있다. 더구나, 하나로마트 주변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긍정적인 시그널은 오히려 적다.
하나로마트 폐쇄까지 생각이 나아가니, 하나로마트 폐쇄라는 결정이 우리 농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농협의 모든 계열사와 지역농협들의 관점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우리 농협만” 생각해보자면, 하나로마트를 운영함으로서 조합원이나 직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추정되며, 오히려 적자로 인해 그들의 삶의 질 악화(ex. 배당 감소, 복리후생 활용 재원 감소 등)가 크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경제사업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축소를 지속해 나간다면, 농협 자체의 조직은 다른 일반 기업들과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와 무슨 차이점을 가지는 것일까? 고유한 정체성을 잃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된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농업협동조합정관례 제5조(사업의 종류)
2. 경제사업
가. 조합원이 생산하는 물자의 제조 가공 판매 수출 등의 사업
나. 조합원의 사업과 생활에 필요한 물자의 구입 제조 가공 공급 등의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