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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 Jan 06. 2021

당신만의 소울푸드가 있나요?

순대국밥에 대한 예찬


출근길이 조금 추웠다. 목도리를 안 가지고 나온 게 살짝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미 버스를 탄 후였다. 기분이 꿀꿀했다. 출근해서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을 내려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꾸리꾸리함. 그래서 나에게 셀프 국밥 처방을 내렸다.


셀프 국밥 처방 (명사) : 대학생 때는 좋은 해장 음식, 직장인에게는 좋은 보양식


친구들은 내가 아픈 걸 본 적이 없다고, 건강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가끔 아차 싶을 때가 있다. 국밥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찾는 소울푸드다. 국밥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설렁탕, 뼈해장국, 수육국밥, 순대국밥, 순대가 없는 순대국밥 등등..... 나는 그중 피순대가 들어간 순대국밥을 제일 좋아한다. 쉽게 접할 수 있고 간을 내가 직접 맞출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저녁에 퇴근을 하고 근처 할매순대국밥집으로 향했다. 대학생 때도 학교 근처에 있어서 자주 가던 체인점이라 익숙한 맛이다. 오늘은 그 익숙함이 그리웠다.


해장 순대 라면 (7,000원), 할매순대국밥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제 메뉴. 순댓국에 라면사리가 넣어 나오고 공깃밥까지 주는 1+1과 같은 메뉴다. 든든하고 배 터지게 먹고 싶을 때 찾는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다. 돈이 없었던 대학생 때도 즐겨 먹었고 지금도 가끔씩 찾는다. 이 멋진 메뉴를 모르는 친구들에겐 영업을 할 정도로 강력 추천하는 히든 메뉴다.



순댓국이 나오면 먼저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뜨거운 김을 빼준다. 뽀얀 국물에 빨간 다진 양념(다진 양념)을 적당히 넣고 깍두기 국물을 한 숟가락 추가한다. 수제 순대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터지기 전에 먼저 건져서 밥 위에 올려둔다. 새우젓에 살짝 찍어서 먹어본다. (뜨거워서 입천장을 덴 적이 많다, 조심조심) 야들야들한 순대 속이 입맛을 돋게 하면 이제 해장 순대 라면을 먹을 준비가 된 거다. 기호에 따라 후추를 뿌려주고 라면을 먼저 건져먹는다. 간이 안되어있는 라면이기 때문에 일반 라면을 생각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니 꼭 김치 한 점과 싸서 먹어야 한다. 그래야 간이 맞는다. 순댓국에 들어간 라면은 조금 불었을 때가 더 맛있다. 뽀얀 국물이 잘 배었다.


후루룩. 


라면을 어느 정도 먹었다면 밥을 반 정도 말아본다. 라면은 김치와 잘 어울리지만 국밥은 깍두기와 짝꿍이다.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은 깍두기 맛이 기억에 남는다.


든든하다. 속이 따뜻해지면서 차가웠던 손도 녹았다. 사극 드라마에서 왜 그렇게 주막을 찾았는지 알 것 같다. 하루의 끝을 국밥 한 그릇으로 마무리했다. 순대국밥 덕분에 또 한동안은 나를 챙기면서, 춥게다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차-싶을 때 다시 찾겠지. 


그때도 반갑게 맞아줄 거란 걸 안다, 적어도 순대국밥집 사장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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