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회고 기록
어느 날 시간을 계산해 보니 직장생활한지 10년이 되었다.
2013년 3월 11일부터 2023년 3월 11일까지, 사회에 몸담기 시작한 지 딱 10년이다.
그 동안 직업인으로 많은 일도 했지만, 진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건지, 스스로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기 바빴기 때문이다.
15살, 내 기억 속 공식적인(?) 첫 여행으로 돌아가본다.
엄마와 이모를 따라 싱가폴 여행을 갔는데, 싱가폴이란 나라가 어딘지도 몰랐던 때다.
현지에 도착해 이모가 유명한 샌드위치를 먹으러 가자고 하길래 따라갔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온통 공사판에 주변 상권이란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도로였다.
더이상 이 길을 따라 가도 샌드위치는 커녕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을 것 같았는데,
조금 더 걷던 중 짠 하고 식당 하나가 나타났다.
바로 '야쿤카야 토스트',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싱가포르의 대표 간식이다.
수비드 된 계란에 짙은 색의 사약같은 커피가 세트메뉴로 함께 나왔는데,
토스트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얇은 두께와 바삭한 단면, 색깔은 왜 또 그리 거뭇거뭇한지-
잠시 망설이다가 한입 베어무는 순간 입에서 사르르 녹아버리는데, 그야말로 겉바속촉이 따로 없었다.
그 날 카야 토스트라는 것을 처음 접하고 길거리 음식이 이렇게 맛있을 일인지 너무 놀랐다.
그때 가격으로 한 세트당 3천원이 채 안되는 금액이었는데 말이다.
여행의 하루를 마치고 묵으러 간 호텔에 들어선 순간 더 놀랐다.
건물이 저 위까지 다 뚫려있고 오픈형 엘리베이터 몇대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위아래로 다니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본 광경에 너무나 아름다워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다시 움직이는 모습을 한동안 가만히 서서 보고 있었다.
** 이 글을 쓰며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니, 그 호텔은 '홀리데이 인 싱가포르 아트리움' 이었다.
"여행이란 정말 좋은거구나,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같은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
조금 유치하지만 내 꿈은 그때부터 변한 적이 없었다.
내가 여행을 통해 느낀 이 설렘과 감동을, 많은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까지 업계에 10년동안 일하면서 학창시절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하고 있고,
실수도 많이 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수많은 경험과 도전을 해온 것이다.
나의 10대 20대를 돌아보면 행복한 기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력하는 것 대비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실패를 교훈삼고 역경을 해쳐나가며 내 힘으로 할 수 있는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고,
어둠 속 긴 터널의 끝은 드넓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기를 바라며 한발 한발 나아갔다.
하고 싶은 바를 이루기 위한 나의 욕심은 허황된 것이 아니며,
내가 서있고자 하는 곳에 다다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나갔다.
이러한 믿음의 근원은 어릴 적 부모님이 경험하게 해주신 여행을 비롯한 좋은 추억들 덕분이었다.
실제로 어린 시절 환경이 미래의 직업과 생활 습관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30대가 되면서 그간의 노력과 선택들이 많은 기회와 도움의 순간들로 찾아오고 있고,
지난 10년의 크고 작은 경험들과 성과들은 아주 단단하게 나의 기반을 지탱해주고 있다.
스스로 꿈을 가지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자에게는 10년을 버틸 힘이 있으며,
또 다른 10년을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주어진다.
그에 대한 모든 원천은 모든 것을 껴안아 주는 가족들, 그리고 어릴 적 좋았던 경험들이다.
또한, 이제까지 일하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는 것임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10년은 더 기대되고 그만큼 더욱 의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