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이해되지 않지만, 과거엔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학적 관습들이 있다. 중국 청나라의 전족과 중세 유럽의 코르셋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 도구들은 신체활동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신체의 영구적 변형을 유발한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에게 전족과 코르셋은 특정 계급 또는 모든 여성이 당연히 착용해야 하며, 마땅히 견뎌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청나라 시대 여성들에게는 전족 착용이 선택의 영역이 아니었다. 전족을 착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배우자 선택의 풀에서 배재되는 일이었고, 결혼을 하지 못한 여성이 먹고살 수 있는 길은 거의 없었다. 코르셋도 마찬가지이다. 코르셋으로 인하여 중세 유럽의 여성들이 겪었던 고통을 매체에서 접할 때마다 중세가 얼마나 미개한 시기였는지, 그리고 내가 현대에 태어나 얼마나 행운인지를 깨닫곤 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과연 신체를 학대하는 모든 관습과 도구로부터 해방되었을까?
영국의 타임슬립 드라마인 '아웃랜더'는 19세기 영국 여성이 우연히 18세기 스코틀랜드에 도달한 후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18세기의 스코틀랜드 여성은 미래에서 온 주인공의 브래지어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말한다
그건 무슨 종류의 코르셋인가요?
브래지어는 여성의 가슴을 가리는 것 외에는 실용적인 기능성이 거의 없다. 오히려 유방암을 유발하고, 호흡과 소화를 방해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무더운 여름에도 늘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할 것을 강요하며,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여성에게 비난의 눈초리를 보낸다.
브래지어뿐만이 아니다. 발가락의 변형을 유발하는 하이힐, 구두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구성된 화장품, 실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의복 등 우리의 일상의 모든 루틴, 행동, 습관들은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져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규정된 것이며, 자연적이고 절대적인 원칙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하며, 과거의 악습, 전근대적 관습은 이야기책에서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브래지어가 과거의 코르셋과 무엇이 다른가? 모양이 달라졌을 뿐이다. 우리는 과거의 코르셋과 전족을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우리가 과거의 코르셋을 이해하지 못하듯, 미래 사람들은 우리의 코르셋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들에게만 규정되던 이상적 외형 기준과 속박으로부터 해방을 추구하는 여성 운동이다. 또한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사실 당연하지 않았던, 성별로 인해 내가 감내해야 했던 모든 것들을 거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보이는 외형을 바꾸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무슨 코르셋을 차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