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한 여자친구에게 화내지 않는 남자친구

남편의 부자마인드 따라잡기

by 차차약사

우리 부부는 2004년 대학생 때 만나서 9년 연애 후 2013년 결혼한 5년 차 부부이다.


난 20대 때 해보고 싶은 게 많았다. 레게머리도 해보고 삭발도 해보고 개량한복을 입고 다니기도 했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결국 26살에는 퇴사를 했다. 자전거 전국일주를 했고 종교 공동체에서도 살아봤다. 그리고 결혼 직전에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2년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이 모든 게 우리 남편과 사귀고 있을 때 했던 행동들이다.


이런 행동들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돌아다니는 동안 그 당시 남자 친구이었던 지금의 남편과 몇 달 만나지 못하기도 하고 연락을 받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나의 경험이었으니까! 미안하지만 그때는 남자 친구보다도 내가 가장 최우선이었다.


남자 친구는 그런 내게 왜 그러느냐... 묻지도 않았고 화낸 적도 없다. 난 세상을 특별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다니는데 한결같이 회사만 다니는 남자 친구의 평범함이 싫어서 속으로 무시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헤어지자는 말만 하지 않았을 뿐 헤어진 것처럼 행동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 친구는 한 번도 화낸 적이 없다....


술 마시고 꼬장 부리며 커플링을 신촌 길바닥에 던져버렸는데 그다음 날 손가락이 빈 걸 보고 뒤늦게 깨달은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다음 날이 우리가 만난 지 700일이 되는 날이었는데 남자 친구는 전 날 내 행동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기념일을 맞아 종로에 있는 탑클라우드 스카이라운지에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직접 만든 파우치에 목걸이와 귀걸이를 담아 선물해줬다.


친척동생들이랑 자전거 전국 일주할 때는 여행 중에 지방으로 찾아와서 대게를 사주고 동생들 용돈도 주고 갔다. 아프리카에 가기 전 국내 합숙훈련받을 때는 합숙장소에 찾아와 삭발한 여자 친구를 응원해주고 갔다. (삭발은 그냥 해보고 싶어서 해봤다. 아프리카에 가기 전에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아프리카에 가면서 공항에서 인사하고는 남몰래 울었다고 한다.




"여보~ 그때 내가 아프리카 간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잖아. 화나지 않았었어?"


"아니. 그런데 슬퍼서 울기는 했었어."




철없던 나는 설렘 가득 안고 아프리카로 떠났던 기억이 난다.




"여보~ 나한테 화난 적 한 번도 없었어?"


"없었는데~~~"


"정말 한 번도 없었어?"


"아! 그때 한 번 있었어. 자기 대학원생일 때 술 마시고 뻗었다고 연락받아서 내가 데리러 갔었잖아. 자기 엎고 하숙집에 데려다주는데 그때 처음으로 화가 났었어."




누군가에게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얘기하면 참 열정적으로 살았다고 얘기해준다. 그런데 정작 나는 가까운 사람에게는 너무나 소홀했다. 다행히 천사 같은 남편이 기다려줘서 결혼까지는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과거의 내 모습을 반성하고 고마워하며 살고 있다. 열정적으로 산 저였지만


결혼하니 이 사람이 더욱 진국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그래서 이런 글까지 쓰는 거겠지...




고맙습니다. 남편...

그리고 그때의 남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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