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로 2달 만이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도 재택과 유연근무가 활발히 이뤄지던 업계라 풀 재택(Full 재택. 주 5일 재택근무를 이르는 말.)이 아주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팀원들과도 돈독했던 나는 올초부터 코로나 블루를 앓았다. 국내 확진자 수가 치솟은 지난 2달간 며칠의 외근을 제외하고는 두문불출했으나, 더 이상 사무실 업무를 미룰 수 없어 큰 마음을 먹고 나섰다.
지하철을 타기 전부터 난관을 만났다. 에스컬레이터가 어색하다. 박스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엘리베이터와 달리 어디에 서야 중심을 잡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니 조금 설레는 것 같기도 하다(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던 시절엔 상상하지도 못한 감정이다). 가능한 재택을 권고하고 있어 사무실이 텅텅 비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해 있다. 나 말고도 팀원 2명과 팀장님, 팀장님의 팀장님이 출근해있는데 상사들은 팀원들이 출근하는 날이라 얼굴 보기 위해 출근했다고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로 시작하는 인사말은 뗐는데 마음속으로 식은땀이 흐른다. 너무 가까워! 더 이상 스몰 토크할 주제가 없어! 황급히 컴퓨터 앞으로 돌아온다. 점심으로는 오랜만에 외식을 한다. 집에서는 쉽게 요리할 수 없는 돈까스를 골랐다. 메뉴를 살펴보는 것부터 주문하고, 식사 후에 카드를 건네는 것까지 새롭다. 코로나 시대에도 카페에서는 신메뉴를 내놓는다. 신메뉴는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물어보고, 커스터마이즈 한 음료를 주문한 후에는 스스로가 대견하기까지 하다. 이 모든 것을 성대를 울려 목소리를 내서 소통했기 때문이다. 하는 일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다를 바가 없지만 오후 6시 반에 중앙난방이 꺼지자 주변이 조용해지면서 새삼 나를 둘러쌌던 소음의 존재를 깨닫는다.
집에 돌아오니 하루 동안 비웠다고 집의 모습도 새롭다. 일하는 곳이 아닌 오롯이 생활하는 공간으로써의 집이 보이기 시작한다. 더 포근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코로나 이후 방 하나를 온전히 업무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쳐다보기도 싫던 일 하는 방에 노트북을 두러 가는 마음이 아침과 다르다. 일하는 시간과 일 이외의 시간을 구분하기 위해 조명을 달리 쓰고 있는데, 오늘은 그럴 필요 없이 바로 주황빛 스탠드를 켠다. 오늘의 출근을 기록해보니 모두가 출근하고, 함께 회식했던 모습이 마치 전생처럼 멀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