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두둠칫칫

by 아녀녕

[겨울: 제11부]



드럼은 보통 밴드 음악에서 듣기 쉬운데 밴드는 보통 남자들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드럼이라는 악기는 힘 있게 연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별다른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여자밴드부터 여자 드러머 관련 영상들을 쉽게 접하게 되면서 그 해 여름 나도 드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흥미가 생기면 생각만 하다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다소 끈기는 부족하지만 실행력이 좋기 때문에 드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드럼을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 검색을 하였다. 다른 악기들보다 방대한 정보가 나오진 않았지만 드럼을 배우려면 드럼 학원을 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최종적으로는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드럼학원을 선택하였다. 드럼 학원에서 3개월가량 나의 흔적을 남기고 가을이 찾아오자 유유히 자취를 감췄지만 말이다.


취미반 수업을 들었던 첫날, 선생님으로부터 드럼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들었다. 선생님은 학원을 오래 다니라는 의미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며 드럼을 배워본 적이 없냐고 여러 번 되물으셨다. 내가 궁금하여 그 이유를 물으니 생각보다 박자감이 좋아서 수업 진도가 많이 빠르다며 당황하셨다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주변 친구들과 엄마에게 자랑스럽게 말하며 나 드럼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말을 전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들은 대부분 “그거 영업이야. 걸려들었네.”라는 말이었다. 긍정적인 반응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넘겼다. 하지만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음악적 소질이 있구나를 느꼈던 때가 있다. 학창 시절 음악 수업시간을 떠올려 보면 선생님이 들려주는 음악에 맞춰 손바닥으로 박자에 맞추어 바닥을 두드리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덕분에 선생님께 시끄럽다며 자주 혼이 나곤 했던 게 생각이 난다. 또한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려고 할 때에도 선생님께 돈을 받지 않을 테니 피아노를 배우러 나오라는 소리까지 듣곤 했다. 문득 그런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대단한 재능은 아니지만 음악적 소질이 다소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드럼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 매력은 악보를 보는 방식에서부터 그 다름이 드러난다. 드럼 악보를 처음 보았을 때 그 기억은 아직도 생경한데 피아노 악보처럼 음계 높낮이에 따라 높고 낮은 소리를 내는 개념이 아니었다. 드럼 악보는 그려진 음계에 따라 드럼을 쳐야 하는 위치가 정해지고 나름의 규칙이 있다. 간단한 예시로 ‘라‘ 음계는 스네어를 쳐야 한다는 의미이고 음표가 하나만 있으면 한 손으로만 드럼을 위치에 맞게 쳐야 하며 음계가 붙어 있으면 양손으로 쳐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또한 드럼은 발을 올려놓는 위치와 자세 그리고 스틱을 잡고 치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 드럼을 배우기 전에는 그저 손으로 위치를 잘 두드려 치면 된다고 단순히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리도 함께 움직여야 하고 자세 또한 중요하여 얼마나 잘 잡고 드럼을 치냐에 따라 소리의 힘이 다르다. 나름대로 힘 있게 드럼을 두드렸다고 생각하다가도 선생님의 연주 시범을 들을 때면 그 소리에 압도당해 손이 공손하게 모아지곤 했다.


또 다른 드럼의 매력은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다. 밴드음악이나 드럼 연주가 단독으로 들어간 음악을 제외하면 다른 악기들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나 또한 드럼에 관심을 갖기 전에는 음악을 들을 때 드럼소리가 들어간다는 걸 크게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와 가사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굳이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드럼소리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대중음악을 듣다 보면 드럼 소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일정한 템포와 박자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모습이 티가 나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쓰임을 다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느꼈다. 덧붙여서 음악을 잘 귀 기울여 듣다 보면 드럼소리를 발라드나 잔잔한 음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어떨 때 그 잔잔한 음악에서 들리는 소리가 더 섬세하고 유순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꼭 그 점이 강할 때는 강하고 약할 때는 약하게 하는 모습이 내가 바라는 삶의 태도 같아서 더 좋았다.

이렇게 드럼에 관련된 글을 한가득 적어 내려가다 보니 다시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다가오는 여름에 동네 마실 가듯 드럼학원을 기웃거려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