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겨울: 제10부]
퇴근길 버스 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작은 대화 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버스 안 모든 창문은 안경에 김이 서린 듯 뿌옇게 보였기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하지만 그 고요함을 깨우는 비명소리가 동네를 다다를 때 들려왔고 그 소리의 출처를 따라가니 두 형제가 버스 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그들의 사연을 모르기에 그 상황을 이해하고자 집중하여 쳐다보았다. 형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자신보다 작은 체구의 남성의 등을 거칠게 버스 안으로 떠밀었고 동생은 온몸으로 승차를 거부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다소 폭력적이던 그들의 모습은 뒤늦게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동생에게 장애가 있어 양해를 부탁한다는 형의 목소리와 함께 일단락되었다. 그 두 형제로 인해 버스가 제시간에 출발하진 못했으나 버스 안 어느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 또한 숨을 죽이고 그 두 형제를 그저 지켜보았다. 그들은 버스 안까지 들어오는 것을 무사히 성공했으나 두 번째 난관에 봉착하였다. 동생이 좌석 앉기를 거부하면서 또 소동이 일어났다. 의자 손잡이를 잡고 소리를 지르며 앉지 않겠다고 동생은 버텼고 형은 또 동생의 등을 떠밀며 앉으라고 소리를 쳤다. 애석하게도 때마침 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도착을 하였다. 한 아저씨가 버스에 올라타 그 두 형제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리를 앉지 않겠다고 버티는 동생과 영문을 모르는 채 서 있는 아저씨와 좌석 통로에서 대치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제삼자인 나로서도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난감한데 당사자는 오죽할까 싶었다. 하지만 형은 꽤나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숨을 고르며 “죄송합니다. 동생이 앉고 싶어 하는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를 혼자 앉히기엔 제가 불안해서요. 그 자리를 못 앉게 하니까 동생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과 함께 연신 죄송합니다를 덧붙여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 주위에 있던 버스 승객들과 아저씨는 연신 괜찮다며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며 형을 안심시켜 주었다.
버스 안에서 연신 사과를 하는 형의 모습은 나에겐 찰나였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 누군가에게 매번 상황 설명을 해야 하고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달갑지 않을 텐데 그게 그의 일상이라고 생각하니 괜스레 속상하고 슬펐다. 버스가 잠시 후 신호대기로 인해 정차를 하였다. 버스 기사님은 주섬주섬 운전석에서 무언가를 챙겨 그 두 형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귤을 꺼내어 형에게 건넸다. 형은 귤을 건네받으며 버스 기사님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고 버스 기사님은 정말 괜찮다며 그럴 수 있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단순히 귤을 먹어보라고 건네는 장면은 형에게 괜찮다 고생한다 응원한다 라는 말을 침묵 속에 전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형의 마음을 모르는 동생은 버스가 떠나가라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형은 동생을 저지하며 연신 사과를 했고 주변 어르신들은 괜찮으니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말을 건넸다. 그 장면이 나에게 따뜻하면서도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 그들을 보던 시선을 거두어 뿌연 창문을 바라보았다. 내 시야도 덩달아 뿌옇게 보이고 있어 뿌연 창문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버스를 하차하기 전 두 형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가방에 있는 사탕을 꺼내어 손에 쥐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건네주고 싶었으나 혹시나 불쌍하게 여긴다고 생각할까 싶어 주저하다 그대로 버스에 내려 버렸다. 그날밤 꽁꽁 얼어붙은 날씨로 추웠지만 마음만은 유난히 따뜻했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