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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아저씨 Aug 18. 2015

이동진 김중혁이 사랑한 7권의 소설

이동진 김중혁의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누군가 추천한 책이 '진리'는 아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책들 가운데 누군가 추천한 책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진과 김중혁은 이런 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추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빨간책방에서 소개된 7편의 소설을 추린 책이다.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내용을 다시 텍스트로 읽을 수 있다. 소개된 7편의 소설은 대부분 인기를 얻고 있는 책들이다. 어떤 책은 이미 '고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은, 아직 안 읽었지만 꼭 읽고 싶은 소설들이다. 


이동진과 김중혁이 사랑한 소설 7편, 그리고 그들이 뽑은 '내가 뽑은 문장'을 소개한다. 


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말하자면, 운명은 우연의 수사학이고 우연은 운명의 물리학이라는 것. 그러니까, 사랑은 꼭 그사람이어야만 할 필요가 없는 우연을 반드시 그 사람이어야 할 운명으로 바꾸는 것. -이동진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맴돌지 않고 직선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왜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가 하는 이유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반복을 갈구하는 소망이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이 문장을 읽다가 밑줄을 얼마나 심하게 그었는지 모른다. 군대에서는 시간이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군대에서의 시간은 원형으로 맴돈다. 군대에서도 시간이 직선으로 흐른다고 믿고 싶어졌다. -김중혁


2. 그리스인 조르바  


"조르바라는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그르칠 턱이 없어요. 그르치려고 해봐야 그렇게는 안될 겝니다. 당신은 사자나 이리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 맹수에게 양이나 나귀 같은 처신은 해봐야 안 됩니다. 천성이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당신도 마찬가집니다. 당신은 머리끝에서 손톱 끝까지 조르바라는 겁니다." 

조르바라는 인물이 위대할 수 있는 것은 그가 100퍼센트 조르바이기 때문이다. 조르바라는 고유명사는 그대로 동사가 되고 형용사가 되며 감탄사가 된 끝에 어떤 태도나 지향을 함축하는 명사가 된다. 결국 <그리스인 조르바>는 온전히 내 자신이 되는 법을 알려주려 한다. -이동진


"조르바는 저항도, 질문도 하지 않고 행복하게 떠내려가고 있었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처음 보는 듯이 대한다. 조르바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조르바는 행복하게 떠내려갔다. -김중혁


3. 파이 이야기 


"나는 종이가 모자랄 걸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먼저 떨어진 것은 펜이었다." 

결국 <파이 이야기>는 종이와 펜 중에 어느 것이 먼저 떨어질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인간들에 대한 소설이다. 그런데도 이 거대하고 신비한 이야기를 쉽게 한쪽 방향의 결론으로만 받아들이겠다고? -이동진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은 -영어든 일본어든 언어를 사용해서- 이미 창작의 요소가 들어 있지 않나요?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도 이미 창작의 요소가 있지 않나요?" 

소설을 읽는 것, 우리가 이야기를 읽고 누군가에게 말해주는 것, 그 모든 것이 창작인지도 모르겠다. -김중혁


4. 속죄


"혼동과 오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똑같은 존재라는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불행을 부른다. 그리고 오직 소설 속에서만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모든 마음이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 ㄷ이것이 소설이 지녀야 할 유일한 교훈이었다." 

<속죄>는 단지 저릿한 로맨스 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역사가 팔짱을 낀 채 어지러운 분수대 옆에서 차갑게 고개를 내저을 때, 문학은 옷을 벗고 물 속으로 뛰어들어 깨어진 이야기의 조각을 건져낸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고쳐 쓰여야 한다. -이동진


"소설가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 소설가 자신이 상상 속에서 한계와 조건을 정한다. 소설가에게 속죄란 불가능하고 필요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속죄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소설가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은, 한계이자 무한한 가능성이기도 하다. 이 문장들 때문에 <속죄>라는 소설의 의미는 우주만큼 넓어진다. -김중혁


5. 호밀밭의 파수꾼


"나같이 엄청난 거짓말쟁이는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대단하다." -이동진

"정말 웃긴 일이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김중혁


6.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아련한 슬픔으로 가득한데도 지나치게 감성적이지 않아." "기교적으로는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표현하기가 어려운 곡이거든요." -이동진

"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 -김중혁


7.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거기엔 축적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이동진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 -김중혁


by 책방아저씨

https://www.facebook.com/booksbooster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책 표지. 



*메인 사진 출처=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26954  

*본문 사진=책방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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