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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르따도 Apr 11. 2019

그렇지 않은 삶도 있다.

에피소드#3

- 회사 생활은 다 그래.

- 인생은 다 그렇더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힘겹게 꺼낸 회사 생활의 고충을 자신의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조적인 충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꼰대라고 명명하지 않더라도) 자기 딴에는 진실된 조언이지만 듣고 나면 힘이 빠지는 얘기들. 사실 조심한다쳐도 나도 가끔 '옛날에 말이야~'로 시작하는 구전전설 같은 회사 초창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고서는 뒤늦게 나의 꼰대스러움에 놀랐던 적이 있다.   40    DNA    .


P팀장이 내게 했던 들을 담담하게 객관적으로, 편하게 지내는 부장님께 말했다. 아니, 간혹 감정이 올라와 미친 새끼 같은 걸러지지 않은 용어들도 사용했던 듯 하다. 잠잠히 듣던 부장님은 '그 사람 니가 어떻게 해 볼 사람이 아니야.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라고 말했다.


- 그니까 대체 그 믿는 구석이 뭘까요?


이 조그마한 회사에 대체 믿는 구석이 뭘까. 언젠가 P팀장이 나를 불러 성과 면담을 하는데     믿       .        .           .


            믿  ,     . 


  믿       .   P        . P     . P             P    믿.   ,   ,        P      . 


#3


            .             .             . P           .




오늘 결혼식장 최고의 메뉴는 생맥주였고, 연거푸 세잔을 먹었더니 "서장로님 아들입니다." 라고 말하기 민망해 혼주분에게 인사도 없이 축의금만 내고 자리를 떴다.


자리를 일어서다 영은이네 어머니를 만나 인사를 했다.

작년 경황이 없는 너네 어머니에게 김장 김치를 전했더니 고마워하더라,는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김장김치도 못담글 만큼 엄마는 경황이 없으셨구나.


사당역에서 우연히 기 수석님네 가족을 만났는데 영어가 짧아 인사를 못나눠 아쉬웠다. 기수석님 아들은 미남이었다!


문득,

우리는 하나의 점이고ㅡ 점이 모여 선이되고 선이모여 면이되고 면이모여 공간, 우주가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고ㅡ


볕도 좋은데 집에 돌아가 빨래나 하자,싶다가 현구에게 전화해 쇼핑하자로 일정을 바꾸었다.


볕은 금방 사그러들고 연휴는 후딱 지나가고 좋은 계절은 짧고, 그래서 함께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ㅡ


너에게

사랑해,라고 카톡을 보내는데 한강에 반사되는 햇살탓인지 눈이 시렸다.


연거푸 마신 생맥 탓이 크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슬픔과 눈물, 기쁨과 즐거움의 총량을 인구수로 엔빵하여 골고루 나누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에게만 감정의 극단이 편중되지 않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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