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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형준 Nov 28. 2024

체온을 관리해 더 빨리 잠드는 법

나의 불면 극복 노하우 (2)

[불면 극복한 노하우 (2) 온도]

지난 글인 빛에 이어서, 오늘은 불면과 온도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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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체온을 관리하다.


불면이 찾아온 시기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무렵이었습니다.
저는 보일러를 강하게 켜고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노곤해지면 잠들기 쉽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하지만 잠들 수 없었습니다.

누워있을 수록 점점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고, 더워서 보일러를 껐다가 다시 추워져서 보일러를 켜기를 반복했습니다.

불면을 이겨내보고자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대학 병원에 근무하는 교수님들의 인터뷰 기사나 학술지 논문을 읽었습니다. 그 결과, 의외로 체온이 수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걸 알게 되었고, 제 삶에 적용 해 보기로 했습니다.




#1. 심부체온

최적의 수면을 위해선 2가지 온도를 컨트롤 해야합니다.
1. 심부체온 (CBT, Core Body Temperature)
2. 환경온도

저의 상식과 반대로,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낮은 체온이 좋다고 합니다.

CBT는 생체시계의 영향을 받아 하루 중 일정한 주기로 오르고 내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잠들기 전 CBT가 적절하게 낮아잘 수록 “입면 잠복기”(누운 뒤 잠들때 까지 걸리는 시간, Sleep Onset Latency)가 짧은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CBT는 잠들기 1~2시간 전에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해 새벽 4~5시경 가장 낮아지고, 아침에 다시 서서히 올라가는 패턴을 보입니다. 신기하게도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혈중 농도와는 반비례하죠. 혈중 멜라토닌 농도가 높으면 체온이 낮고, 체온이 높으면 멜라토닌 농도가 낮은 상태인거죠.


여튼, "자기 전에 심부 체온을 적절히 내리면 더 쉽게 잠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 심부체온(CBT)을 낮추는 법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심부체온을 낮출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생체시계에 따른 등락이 아닌, 인위적으로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매커니즘을 찾아봤습니다. 2가지 방법이 있더라구요.


1) 혈관을 확장시킨다.
혈관 확장 → 혈류량 증가 → 열 발산 → 심부체온 저하 (약 60~100분 소요)

2) 땀을 흘린다.
땀으로 수분 배출 → 수분이 증발(기화) → 기화열에 의해 체온 저하

그리고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하는 방법을 떠올리게 되었으니, 바로 운동과 샤워였습니다.

운동을 하면,
1) 근육을 사용하며 혈류량이 증가하고 열이 발산된다.
2) 체온을 내리기 위해 땀을 흘리게 되어 기화열로 체온이 낮아진다.

샤워를 하면
1) 주변 온도가 오르며 혈관 확장 → 혈류량 증가 → 열 발산 → 체온 저하
2) 샤워 후 몸에 묻은 습기가 증발하며 체온 저하

이후 퇴근 뒤 20~30분 정도 가벼운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엔 미지근함과 따뜻함 사이쯤 되는 물로 샤워를 했죠.

러닝은 불규칙적인 퇴근시간과 체력의 한계로 매일 하지는 못했지만, 잠들기 전 샤워는 꾸준히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샤워만 했을 때 더 잠이 잘 오는 기분이었죠. 그래서 자기 전 샤워를 하는 습관은 지금도 지키고 있습니다.


자기 전 샤워. 너무 뜨겁지 않은 물로.




#3. 매콤한 야식 줄이기


스트레스가 과도한 시절, 저는 밤마다 배달음식을 시켜먹었습니다. 특히 떡볶이나 유행을 시작한 마라탕, 마라샹궈 같은 매운 음식을 자주 먹었습니다.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을 한번 쭉 뺄 때마다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매운 맛 특유의 중독성과 감칠맛 때문에 습관처럼 먹었습니다. 많이 먹을 땐 1주일에 2~3번씩 먹었죠. 문제는 음식을 먹은 뒤였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불면을 해결하려할 때, 매운 음식과 체온이 어떤 관계인지도 찾아봤습니다.


우리가 매운 음식(캡사이신)을 먹으면 감각수용체인 TRPV1이 자극 받습니다. TRPV1은 42도 이상의 고열에도 반응하는 수용체로 알려져있죠.

이 TRPV1가 자극받으면…
1) 부신에 스트레스 신호를 보내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
2) 아드레날린은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만들고, 그 결과 체온 상승
3) 이후 체온을 내리기 위한 작동을 시작. 혈관 확장 + 땀 배출


늦은 시간 매운 음식을 먹게되면?


1)과 2)에 의해 체온이 다시 올라갑니다. 잠에 빠르게 들기 위해선 체온이 낮아져야 하는데, 반대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속쓰림의 고통과과 더부룩함은 덤이구요.

이 사실을 알게된 뒤, 야식은 끊지 못하더라도, 야식으로 매운 음식은 최대한 자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운 음식을 멀리하다.




#4. 환경 온도 컨트롤하기


체온 뿐 아니라 수면에 드는 적절한 환경 온도를 세팅하는게 중요했는데,

너무 덥거나 추운 환경에서는 혈중 멜라토닌 농도와 무관하게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 연구(Karacan 등 1978)나, 과도한 전기장판 사용으로 높아진 체온이 수면의 질을 낮춘다는 연구(Fletcher 등 1999)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 방의 수면 환경은 좋지 않았다. 저는 얇은 토퍼 위에서 지냈고, 겨울이라 보일러를 세게 틀었습니다.토퍼로 열기가 빠르게 전달되었고, 방이 좁아 빠르게 방 온도가 올라 잠을 방해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심부 체온을 자연스럽게 낮추기 위해선 열이 조금 천천히, 간접적으로 전달되어야 했죠.


일단 보일러 온도를 낮추었습니다.

다만 보일러를 끄면 너무 추워져서, 바닥 열기가 천천히 전달되도록 두꺼운 매트리스를 쓰거나, 프레임을 설치하는게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프레임은 배송과 폐기가 어려워 포기했고, 두꺼운 매트리스로 교체만 진행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매트리스 이야기로 계속됩니다.)



[요약]

1) 잠들기 1~2시간 전 약간 따뜻한 물로 목욕한다.
2) 밤늦게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먹지 않는다.
3) (겨울) 전기장판/보일러는 최소화하고 이불 덮기



오늘은 체온과 수면에 대해 제가 공부하고 경험한 내용을 적어봤습니다. 불면을 겪는 분들에게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불면 극복에 가장 큰 도움을 줬던 매트리스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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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스팅이 많이 늦었습니다. 제품 출시 준비로 정신이 없다가, 어제 첫 생산을 완료했습니다!

최적의 체압분산으로 [개운한 아침]을 만들 수 있는 매트리스를 만들었습니다. 저와 재원이 공부한 모든 것을 담았고, 잘 알려진 브랜드들의 최고급 제품 스펙 이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역삼의 저희 사무실로 오시면 누워볼 수 있습니다. 댓글에 체험 신청 링크를 적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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