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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형준 Nov 29. 2024

좋은 매트리스로 불면을 종말 시키기

나의 불면 극복 노하우 (3)

불면을 극복했던 이야기, 세 번째로 매트리스 이야기입니다.
1편 : 빛
- 2편 : 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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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면 때문에 생긴 문제들


불면으로 생긴 문제는 2가지였다.

1. 하루 종일 가는 두통
2. 등과 어깨에 기분 나쁜 통증(결림)


두통의 원인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잠을 못 자니 뇌가 쉬질 못하고, 머리가 아팠겠지’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몇 달 동안 타이레놀을 달고 살았다.


반면에 근육통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운동을 심하게 하지도 않았고, 하는 일도 힘쓰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 알게 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2. 기적은 우연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 회사가 위기일 무렵, 동해안으로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떠났다. 기분 전환을 위해 큰 마음먹고 괜찮은 숙소를 예약했다. 여행지에서도 새벽 3~4시쯤 늦게 잠들었지만, 일어난 뒤의 차이점은 확실했다.


근육통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묵었던 숙소와 집의 차이가 무엇인지 계속 생각했다. 잠든 시간, 누워있던 시간, 자기 전/후 피로도, 먹었던 음식, 잠옷 등 어떤 일상의 요소도 크게 차이가 없었다.



딱 하나 달랐던 것은
매트리스였다.



나는 5cm짜리 라텍스 매트리스를 1년 넘게 사용하고 있었다.


2층 침대를 구매할 때 함께 딸려 왔던 녀석이었다. 높이를 보면 토퍼(Topper, 매트리스 위에 보조로 올라가는 침구)라고 하는 게 맞지만, 당시 나는 그런 개념도 몰랐다.

2층 침대는 갑갑한 느낌 때문에 몇 달 만에 팔아버렸고, 매트리스만 바닥에 두고 사용했다. 앉거나 누우면 곧바로 바닥의 느낌이 느껴졌다.

반면 여행지의 매트리스는 달랐다.

첫 느낌은 부드러웠다. 서서히 내 몸에 맞춰 감싸주는 느낌이 들었다. 들어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부턴 붕 떠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줬다. 이렇게 우연히, 근육통의 원인을 찾았다.






#3. 매트리스의 중요성


우리의 몸엔 굴곡이 있다. 머리, 등, 엉덩이가 뒤로 튀어나와 있다. 누웠을 때 먼저 바닥에 닿는 부분이다. (옆으로 눕는다면 어깨나 골반이 튀어나와 있다.)

만약 바닥이 딱딱하면 “튀어나온 곳”으로 체중 압력이 집중되며 근처 근육이 긴장한다. 특히 섬세한 근육이 모여있는 둥, 목, 어깨가 긴장하면, 자고 일어났을 때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아래 원칙을 만족하는 매트리스가 좋은 매트리스라고 할 수 있다.

1. 체중 압력을 최대한 분산
2. 인체의 자연스러운 굴곡을 유지


해결책을 찾았다.


나는 당시 묵었던 숙박 업체에 전화를 걸어, 어떤 브랜드의 어떤 매트리스를 사용하는지 물어보았다. 아쉽게도 정확한 제품은 직원도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

‘메모리폼? 하이브리드? 였던 거 같아요’


라는 이야기와 함께.




#4. 매트리스를 공부하다.


이후 매트리스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크게 3가지 종류가 있었다. 간단히 살펴보면,

1. 스프링 : 기본적으로 탄탄한
 - 본넬 : 스프링 코일 전체가 이어져 있는
 - 포켓 : 스프링 코일이 각각 분리되어, 본넬 보다 Flexable 한

2. 폼 : 몸에 맞춰 굴곡을 감싸 포근한
 - 라텍스폼 : 천연고무 성분. 특유의 탄탄한 느낌이 많음
 - 메모리폼(폴리우레탄 폼) : 폴리우레탄 성분. 쿠션감을 자유자재로 조절 가능

3. 하이브리드
 - 스프링+폼 등 여러 소재를 조합해서 제조

당시의 나는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구매했다. 굴곡에 맞춰 몸을 감싸준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100만 원 가까운 가격이었지만, 내 몸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구매했다.



제품을 구매할 때엔 2가지 스펙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1. 성질이 다른 3개 이상의 폼 조합
2. 40kg/㎥ 이상의 밀도를 가진 폼 사용

1번은 여행지 숙소 매트리스에서 느꼈던 3가지의 느낌을 위해, 3가지 쿠션층(레이어)이 조합되는 제품을 원했다.
① 부드럽게 감싸주는
② 체중과 굴곡에 맞춰 들어가는
③ 어느 지점에서 확실히 지지가 되는


2번은 내구성을 위한 스펙이었다.

메모리폼은 내부 기포 층(Cell)이 수축하며 쿠션감을 만들어 내는데, 폴리우레탄 폼의 밀도가 낮으면 내부 셀이 쉽게 파괴되어 느낌이 달라진다. (평소보다 더 들어가는 느낌. 이를 꺼짐 증상이라고 부른다.)


밀도는 내구성뿐 아니라 느낌에도 영향을 주기에 밀도가 80kg/㎥이나 100kg/㎥가 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 팀이 개발한 매트리스도 50kg/㎥로 만들었다. 물론, 50kg/㎥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결국 내구성과 느낌의 타협점이 필요한데, 40kg/㎥ 이상만 되어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으면서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었다. 검증된 브랜드들은 밀도 40kg/㎥ 이상의 폼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가 브랜드는 20~30kg/㎥ 이하)





#5. 극적인 변화



매트리스를 받은 다음 날, 놀랍게도 아침 7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두통도, 근육통도 없었다. 개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아무 느낌이 없이 일어났다. 다만 처음 1주일은 입면(잠에 드는) 시간이 빨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새벽 3-4시 사이.


큰 변화는 “깨어났을 때” 느낄 수 있었다.

근육통과 두통이 줄자, 짜증과 예민함이 줄었다. 역설적이게도 회사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고, 나는 퇴사한 뒤였다. 개인적으로 좌절할 수 있고, 힘들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두통과 근육통을 없앤 덕에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좋은 매트리스는 최근 10년 동안 내 삶을 가장 크게 바꾼 제품이 되었다.


모든 일에 여유가 생겼고, 에너지가 돌기 시작했다. 좋은 기분은 새로운 동기부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불면을 고쳐보고자 수면을 공부하며 수면 시장에도 관심이 생겼고, 이후 수면 스타트업에 입사해 빠르게 성장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구렁텅이로 빠져들던 삶이, 구원을 받았다.


매트리스는 최근 10년 동안 내 삶을 가장 크게 바꾼 제품이 되었다.





#6. 메모리폼의 한계


나는 4년 정도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사용했다.

그러다 올해 초, 다시 불면이 찾아왔다. 3~4시 사이 잠에서 깬 뒤 다시 잠에 들기 힘들어졌다.


3가지 이유였는데,


1. 꺼짐 증상 발생
2. 목/어깨 부위 결림
3. 너무 더움(...)


메모리폼의 꺼짐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내부 구조에 문제가 생기며 “더 쉽게 내려가는 느낌”이 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꺼짐은 대개 특정 부위에만 생긴다. 내 경우는 엉덩이였다. 몸이 V자로 접히는 느낌이 났다.


자세가 무너지자, 목/어깨 쪽에 부하가 걸리면서 결림이 생겼다.

처음 바꿨던 매트리스는 이사를 하며 옛날 집에 두고 나왔다. 이사 갈 집이 좁아져서, 원래 쓰던 사이즈의 매트리스를 놓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2년 잠깐 쓴다고 생각하고 30만 원대 매트리스를 새로 구매했다. 저렴한 20kg/㎥ 밀도의 제품이었다. 그러나 너무 빨리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방심했다. 이런...

사실 내겐 더위도 큰 문제였다. 나는 더위를 많이 탔고, 여름엔 땀범벅이 되는 사람이었다. 메모리폼은 특유의 구조 때문에 체온을 잘 머금고 열이 잘 빠지지 않는다. 체온이 내려가는 새벽엔 매트리스가 뜨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에어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7. 새로운 기회


이 무렵 재원님을 다시 만난 것이다. (만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로)


청첩장 모임에서 반 농담 반 진담으로 했던 이야기가 발전했다. 이후 몇 번의 만남을 통해 각자의 경험과, 만들고 싶은 수면 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샌가 불면을 종말 시킬 최상급 품질의 매트리스를 만들고 있었다. 


완벽한 체압 분산과 함께 더위를 덜 느끼는,
스프링과 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트리스”를.









p.s.

저희가 만든 매트리스는 11월 초 시제품이 출시되었고, 엊그제 양산품이 완성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만들어지기 전부터 관심 가져주신 분들이 계셔서, 시제품이 나오자마자 사무실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여기 링크로 방문해 예약해 주시면, 무료로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개발 비하인드와, 좋은 매트리스를 고르는 법까지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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