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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형준 Dec 17. 2024

왜 슬립부스터인가요?

좋은 브랜드 이름 짓기

[왜 슬립부스터인가요?]


12월 초, “슬립부스터” 로고가 박힌 첫 제품의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저도 실제 완제품을 집에 설치할 수 있었는데요. 모니터 속 로고를 실물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첫 생산과 배송을 기념하며, "슬립부스터"라는 이름을 짓게된 과정을 돌아봤습니다.


재미있게 봐 주시길.. ㅎㅎ



설치 직후 정신없는 상태에서 찍은 사진







#1. 불면의 종말



사실 처음 지었던 브랜드 이름은 “불면의 종말”이었다.


첫 미팅에서, 맨 처음 나왔던 키워드였다. 이름에서 강렬하게 재원님과 나의 미션을 표현하고 싶었다. 창업자인 우리가 불면을 해결하고 10배 이상 폭발적인 삶의 개선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잘 땐 좀비처럼 살았다.

일을 하고 싶었고, 팀의 성장을 위해선 더 해야 했지만... 불가능했다.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불면은 일을 멈추게 만들었다.

나는 스타트업에서 도전을 그만두고 싶었고, 재원님은 요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일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고, 성장을 경험했기에 더욱 힘들었다.


불면은 우리를 더 정적이고, 더 편하고 안락하게 살도록 강요했다.


우리가 "불면의 종말"에 꽂혔던 이유다.





#2. Counter Positioning


공교롭게도 대부분 침대 브랜드는 [ 3C ] 이미지를 추구한다.


① 정적이고 Calm

 편하고 Comfort

 안락한 Cozy


우리는 여기서 모순을 발견했다.

잘 자면 3C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좋은 수면 후엔 에너지가 충전되며, 역동적이 된다.

더 불편한 삶을 살고 싶어진다.


① 나가서 움직이고 싶어지고,

② 머리가 맑아지며,

③ 여유가 생기고 도전욕이 샘솟는다.



우리의 욕구는 “일”이었다.


빨리 고객 만나서 데이터 모으고, 제품 개선하고, 다시 반응을 보고 싶었다. 불면을 극복한 뒤, 열심히 일하며 성장할 수 있던 이유다.


우리는 고정관념에 카운터 펀치를 날릴 틈을 발견했다.

카운터 포지셔닝의 틈을.



모두와 차별화되는, 역동적인 수면브랜드





#3. 미션과 비전


우리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며, 브랜드가 가야 할 길이 또렷이 보였다.


우리는,

① 잘 자는 것보다, [ 잘 일어나는 것 ]에 주목한다.

② 잘 일어났을 때 3가지가 좋아졌다.

 - 에너지 : 넘쳐흐름

 - 직관력 : 맑은 정신으로 판단력 업

 - 위트 : 여유가 생겨 화가 줄어듦

③ 잘 일어나기 위해, [ 불면이 종말 ] 되어야 한다.


그 결과 우리만의 미션과 비전, 지향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 미션 Mission
수면에 도움이 되는 제품/서비스로 [ 불면을 종말 ] 시킨다.
▶ 비전 Vision
세계 최고의 [ 수면 브랜드 ]가 된다.
▶ 브랜드 이미지
- 에너지 넘치는
- 직관적인
- 위트있는



물론, 아직까지 브랜드명은 "불면의 종말"이었다.





#4. 슬립부스터


불면의 종말.


의미는 좋았지만 표현이 거칠었다. 조금은 노골적(?)이기도 하다.


우리를 아끼는 사람들은 강력히 만류했다. 제발 이름만 다시 생각해 달라고. 돌이켜보면, 그들이 맞았다. (고맙습니다..) 불면의 종말은 미션에 더 어울리는 워딩이다.


다시 이름을 정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던 중, 불현듯 [ 부스터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양질의 수면이 선사한 에너지 넘치는 하루가, 삶에 부스터를 만들어줬단 걸 깨달은 것이다.


[ 슬립부스터 ]는 그렇게 탄생했다.





#5. 타겟


나와 재원님은 피로를 줄이고, 일하는 시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건강을 관리한다.


나는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사 습관으로 10kg 이상 감량하고 유지 중이고, 재원님은 배우자인 은비님과 함께 꾸준히 크로스핏을 한다. (+재원님은 영양제 덕후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의 타겟도 명확하다. 우리 같은 사람이다.


▶ 타겟
일을 잘 하기 위해, 자기 몸에 투자하는 사람



허리를 위해 좋은 의자에 투자하는 개발자, 좋은 컨디션을 위해 운동/식단/영양제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일의 프로"들.


하루 2시간의 운동, 효과가 4시간 지속되는 영양소 관리 등 1년에 수백만 원은 투자하는 사람 말이다.


우리는 이런 분께 묻고 싶다.


하루 8시간을 보내는 매트리스엔
얼마나 투자하고 있나요?





#6. 제품


주변에서 50만 원 내외의 매트리스를 구매한 뒤 “싸게 잘 샀어”라며 만족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치 맥북을 놔두고, 넷북(Netbook)*만 실컷 비교하고 구매한 뒤, 가성비 있게 샀다며 기뻐하는 디자이너 지망생을 보는 기분이랄까. ‘저거 제대로 동작 안할텐데...’라는 걱정이 앞선다.


* 넷북 : 2010년대 초 유행한, 최소한의 스펙으로 만든 저렴한 노트북. 맥북 에어(MacBook Air) 등장 후 절멸했다.



“유리병을 채우려면, 큰 돌부터 넣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돌부터 넣으면, 큰 돌은 영영 넣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베개, 수면 앱/음료는 작은 돌이다. 언제든 쉽게 넣을 수 있지만, 수면 경험을 극적으로 개선할 순 없다.


수면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큰 돌은 매트리스다. 당연히 좋은 제품을 써야 한다.



우리는 [ 불면의 종말 ]이란 미션에 충실했다.

'잘 팔리는 가격대'의 유혹을 단호히 뿌리치고, 타협 없는 퀄리티로 만들었다.


수면에 가장 중요한, 체압 분산을 극대화하고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는 매트리스를 100만 원대에 만들었다. 디스크가 있는 나와 재원님 모두 매일매일 극락을 경험하고 있다. 느낌은 수천만 원대 제품과 구별이 힘들 정도다.


최고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았다고 자부한다.

(자세한 개발기는 여기를 참고)



1억짜리 매트리스와 비교 (체험 후기 中)



우리는 수면 시장의 Herman Miller 같은 존재가 되려 한다.


일을 잘 하려면 써야 하는 제품.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회사.

수면으로 인생의 부스터를 달고 싶은 분을 위한 브랜드가.









여기까지가 슬립부스터가 슬립부스터가 된 이야기 입니다.


거창하지만, 브랜딩 과정이라 회고합니다.

이름을 짓는 동안 저희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슬립부스터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저희 스토리를 바탕으로 "스튜디오 두꺼비"에서 슬립부스터의 로고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멋진 로고를 만들어주신 이경철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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