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지나가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환자들이 생각났다.
내가 그때 행복감 속에서 잘 지냈지만, 우울과 불안이 내 속에 있다는 것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 뿐이다. 나는 그저 당신은 그런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고, 좀 더 존중받았어야 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버틴다고 그 말을 들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조절에 관해 이야기도 해야 했다. 나는 침묵을 깼다.
“지난번에 받아 간 약은요…”
의사는 표정이 조금 편해졌고, 약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줬다.
그렇게 진료가 끝났다.
‘기다리는 환자 핑계로 진료를 일찍 끝낼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환자들 기다리는데, 얘기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 권위적이지
않으셔서 좋아요.”
의사는 기분 좋게 웃었다.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일어났다. 의사도 마음이 편하기를 바라면서.
병원 문을 나서면서 나는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자나 의사에게가 아니라, 이번 사건에 대해. 나는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항의했고, 내가 좋아하는 병원과 의사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런 나 자신이 좋았다.
더는 내 상태나 남에게 잘못된 대접을 받았다는 걸 타인에게 굳이 인정받을 필요가 없었다.
한 사건이 끝난 것이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아주 작은, 그러나 소중한 승리였다.
인스타그램: @adhd_in_border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