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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 Jun 19. 2023

3. ADHD가 아니라 불안장애라고요?

의사 앞에서 할 말을 모두 잊어버렸다


어렵게 찾아간 ** 시립 정신병원에서 의사를 만났다. (* 이전 글들 참조)

의사는 피로해 보였지만 친절했다.      

내가 ADHD인 것 같다고 하자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당연한 질문인데 나는 당황했다.  

나는 아침에 기사를 보고 오후에 병원에 왔다는 내 말이 어처구니없이 들릴 것 같단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하지만 다르게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더듬거리며 오늘 오전에 ADHD에 관한 기사를 봤는데, 거기에 나오는 증상이 나와 똑같더라고 말했다. 

의사는 표정의 변화 없이 내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의사가 어떤 증상이 똑같았냐고 물었을 때는 내 머릿속은 더 텅 비었다. 

나는 일에 집중이 잘 안 되고, 실수를 연발한다고 했다. 

의사는 다른 대형 병원에 가야겠다며 소견서를 써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진료는 끝났다.      

'이게 아닌데, 할 말이 분명히 많았는데' 생각했을 때는 이미 병원 밖이었다.      

시간은 오후 4시 반이었다.

오늘은 ADHD 진단받기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여전히 눈부시게 파랬다. 



병원을 나와서 근처의 다른 대형 병원에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대형 병원들은 모두 예약이 한 달 넘게 차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의사의 소견서를 읽었다. 

소견서에는 '불안장애'라는 낯선 병명이 쓰여 있었다. 

‘불안장애는 만성적으로 걱정이나 근심이 많아 여러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출처:서울아산병원 홈피) ADHD 환자의 경우 동반 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낯선 정신과 질환이 적힌 소견서를 보자니, 그저 속이 쓰렸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밥을 마구 먹었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밥을 먹으면서 ADHD 관련해서 검색했다. 

나는 빨리 ADHD 진단을 받아서, 그간의 엉망진창이었던 삶에 대한 변명을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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