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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 Jul 06. 2024

유럽 캠핑카 여행 일타강사 좀 알려주세요

1. 레디 투 트래블 : 유럽 캠핑카 / 캠퍼밴 여행


우린, 능력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예요.  점수를 만드는 거지.

능력도 만들고 점수도 만드는 사람이 될 거예요.


tvN <졸업> 중에서



상한가 上限價

: 주식시장에서 개별 종목의 주가가 일별로 상승할 수 있는 최고의 가격


나의 뇌세포는 지금 상한가를 치는 중이다.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꼭지점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비행기 타기 직전, 바로 그때가 나의 지능은 바로 하한가로 돌아설 것이다.



잘 하는 짓이다.

지불력이니 뭐니 질러놓고, 역시나 수습은 뒷전이다.

예전엔 능력이 뭐 어마무시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 시간을 걸어보니, 그날 그날을 미루지 않는 게 능력이라는 걸 깨닫는다. 기민하고 민첩하게 나의 일을 감당해내며 사는 것, 그게 능하는 힘이었다.


지불력이 떠민 유럽 캠핑카 여행 (brunch.co.kr)


브런치 스토리가 며칠 전 말했다.

글 쓰기 시작했으니 계속 킵고잉하라고. 글 쓰는 힘은 꾸준한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문구를 나의 폰에 띄웠다. 겨우 하나 포스팅해놓고 뭐하냐고 묻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하품작렬하는 버스 안에서.


나의 업무가 상한가라는 건 주변 동료의 삶도 빨간불이란 소리다.

그만큼 잘 몰랐던 사람들의 본색을 엿볼 수 있는 순간들이 펼쳐진다.

사람은 몰아치고 조급하고 혼란스러울 때 가면을 쓸 시간조차 없어지기 마련이니까.


한 분은 그간 좋은 타이밍에 나의 업무적 팁을 전해주던 사람이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어쩌면 미처 하지 못한 자신의 인수인계를 하는 모양새 정도.

물론 나도 그에 상응하는 뒷이야기들을 공감해주고 경청하는 데 눈가와 미간주름을 활용해줬다.


그런데 어느 날, 부탁을 하러 왔다. 

단순한 건 아니고 나의 시간과 더 중요한 무엇을 좀 더 써야 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나 혼자 커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분에게도 양해를 구해서 같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복잡했다.

나는 웬만하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편이나, 나름의 기준이 있다.

부탁의 내용보단 표현에 판단을 건다.


근데 3분 남짓한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달라는 요청이 첫 마디였다.

걱정이 되어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건 애써 말할 필요 없다는 모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잘 생각해보면 주변에 사람이 더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어찌됐든 담당자니 대신 해줘야 한다는 의도인데,

그는 그 업무를 하면서 금전적 혜택이 있는 거였고

나는 그 업무 담당자지만 같은 이득은 없고 그저 행정 서포트에 불과했다.


그만큼 그 사람은 받는 만큼 해야하는 일인데, 일단 그걸 모르는 듯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이런 부분을 설명한 후 불가피한 사정이면 들어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흐름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중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나의 말은 끝나지 않았고 그렇게 가버렸다. 

'아.'


갑자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내 감정을 추스리고 싶었지만 나의 슬프고 아련한 관계지향적 성향은 나보단 타인을 향했고, 한 시간 후 다시 찾아가 못 전한 진심을 말했다. 나의 말투는 조금 떨렸지만 숨을 거칠게 잡아내며 표정만큼은 흔들리지 않게 힘을 주.었.다.

"아 아니예요. 알아서 할게요."

상대는 같은 말을 짧게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나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일단 그 사람도 그런 이익을 감안한 자신의 일이라는 인식을 이번에 한 듯했고,

내가 그 일을 했다면 갑갑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 난, 더 스스로를 옭아맸을 테며,

만약 앞으로 그런 일이 쉽게 이어지면 감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폭탄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아쉬움이 남았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이 얽혀있는 업무적 부탁을 난 빠르게 받아줬어야 했나.

도움이 필요하면 조용한 곳에서 미리 나에게 단 10분이라도 들여서 양해를 구했어야 하지 않았나.

아니면 그 사람은, 그만큼 우리가 친하다고 그는 생각했나.


<유퀴즈온더블럭> 유재석도 거절은 빠르게 하는 편이라고 하던데,

그저 이렇게 된 이상 그의 말을 방패삼아 나를 보듬는 데 시간을 쓰기로 했다.

어쩌겠나, 여기까진 걸.


이런 사소한 것들에 발목잡혀 결론적으로 난,

나만을 위한 하루를 정성스럽게 가꾸지 못한 무능력한 자아로

그저 업무적 빨간 그래프 안에 갇혀 이 캠핑카 유럽 여행은 벌써 짐이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점수는 잘받고 싶은 도둑놈 심보가 자리잡아,

캠핑카여행 일타강사 찾기 하자고 이 주말 아침 댓바람부터 도서관에 나와

이 작가 저 작가 속에서 허우적대는 중이다.




 "평소 운전을 하던 사람이라면, 넉넉잡아 1시간 안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


"캠핑카 업체로부터 인수받기 전에는 내부에 있는 각종 시설물의 사용방법부터 먼저 배운다. 숙달된 직원을 통해 길어야 10-20분 안에 끝난다. 짧은 영어로 들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다."


<북유럽에서 캠핑> 작가 배재문



그 와중에 요물을 발견했다. 캠퍼밴 렌탈 후 작은 접촉사고 난 이야기, 주차위반 딱지 끊긴 날, 오물이 넘쳤던 하루 등 다이나믹한 시간들이 이어지다가도, 아름다운 사진 덕분에 간간히 숨을 쉴 수 있는 장면으로 가득했다. 가장 좋았던 건 노하우에서 전해지는 토닥토닥 언어들이었다. 

자꾸 괜찮다, 괜찮다, 

나에게 돈워리 가스라이팅 전도사가 다름 없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는 캠핑카를 곧바로 받을 수 없었다. 2-5시 사이면 무조건 픽업될 줄 알았는데, 시간별로 예약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이다."


"차 외부에서 몇 개 스크래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직원은 아무런 액션 없다가 우리가 말을 하고 나서야 뒤늦게 스크래치 부위를 확인했다. 사전 체크 없이 반납하면 수리비는 보증금에서 삭감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한국에서 각져온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캠핑카는 차체 높이가 몇 미터인지 알아두어야 하고, 터널과 교각 다닐 시 주의해야 한다."


"뒤 높은 차제로 인해 주차 시 물체가 안 보이므로 동승자가 뒤를 봐주는 게 좋으며, 100km/h 이상의 과속이나 급한 추월은 피한다."


<알프스 힐링캠프> 작가 권남연


Injection system Failure 경고등 에피소드, 알프스 하이킹 꿀팁, 산악 커브길에 가슴 쓸어내렸던 시간들, 그야말로 알프스 러버 부부를 도서관에서 마주했다. 


이들처럼만 반만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벼락치기 속성과외를 며칠 더 받을 수 있겠냐만은,

이들이 좋다고 하는 곳들만 이어도 차고 넘칠 것 같단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케바케.

무엇이든 상상한 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저 세 음절은 하한곡선을 그릴 나의 능력에 기름칠을 할 텐데. 

그간 퇴화된 나의 여행력이 그 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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