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Apr 14. 2024

아빠, 북토크 또 갈래

"아빠, 또 북토크 갈래." 둘이 차를 타고 오면서, 아이가 말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날씨의 봄날에, 북토크 장소에는 아이들로 가득 찼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막대풍선으로 풍선칼이며, 하트며, 강아지 같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나눠주었다. 얼마 전 길에서 본 학습지 홍보하는 삐에로 아저씨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이 데리고 온 북토크 현장이 너무 소란스럽고 어수선해서 제대로 진행도 안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서로 조금 배려하고, 관용을 베풀고, 수용하고, 이해하겠다는 마음으로 모여 있다 보니, 아이들의 존재가 문제될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있어, 더 특별하고, 더 소중하고, 더 아름다운 일요일 오후가 되었다.

아이랑 둘이 갔던 탓에, 낯을 가리는 아이 성격상, 처음에는 나한테 매달려서 안겨 있다가, 곧 상황에 적응하고는 자유롭게 어울리기 시작했다. 혼자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옆에서 풍선을 만들기도 하고, 나중에는 북토크에 놀러온 다른 또래 여자 아이랑 어울리면서 무척 즐겁게 놀았다. 끝나고 나서, 북토크 좋아냐고 물었더니, "응, 너무 좋았어."라고 했다. "친구랑 노는 게 제일 재밌었어."

이번 북토크는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그로잉맘'에서 전적으로 도와주었다. 동전 한 푼 받지 않고, 오직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를 함께 만들겠다는 선의로 귀한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그로잉맘의 이다랑 대표님은 <그럼에도 육아>를 몇 번이나 감도적으로 읽었다고 하시면서, 실제로 무척 훌륭하게 진행을 해주셨다. '육아'로 이렇게 이어지는 인연이랄 게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줄을 선 아이들에게 막대풍선을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부모님들과 Q&A를 진행하기도 하고, 아이가 내 등에 엎혀 있는 상태에서 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진행자 분은 "여러분은 지금 세계 최초로 막대풍선을 만들며 Q&A 진행하는 북토크 현장을 보고 계십니다." 라고 했다. 약간 정신 없었지만, 물이 마시고 싶다는 아이에게 다른 부모님이 물을 건네주기도 하고, 같이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한 마을이 키워야 한다. 한 마을 같은 북토크 현장에서, 서로의 아이들은 모두의 아이들이기도 했다. 모두가 아이들을 이해하고 돌봐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나날, 이제 내년에 학교를 가는 아이와 함께, 이런 북토크에 참여할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에 온 많은 분들이, 마지막에 사인을 하면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어 고맙다고 했다. 어떤 분은 전국 투어를 부탁한다고 했다. 북토크를 진행한 그로잉맘에서도 너무 즐거운 자리였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렇게 한 시절의, 한 오후가 고마움과 따뜻함으로 가득찼다.

*
다음 주, 아이들과 함께하는 북토크가 1회 더 준비되어 있습니다. 참여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


https://trevar.in/A9urrg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과 함께하는 북토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