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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pr 24. 2024

삶을 후회할 수 없는 방법


작년부터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변에서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을 인터뷰하고 다닌다. 오늘도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문득 이렇게 10년쯤 인터뷰를 해서 100명쯤 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게 되면, 어떤 마음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확실한 건, 100명의 마음을 듣는 인터뷰를 하고 나서, 그 일을 후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딱히 돈 되는 일도 아님에도, 이 일을 10년쯤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인터뷰하고 글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고, 여러모로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그 시간에 다른 걸 한다고 무슨 대단한 이익을 얻을 것도 없다. 반대로,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쓴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로서는 돈 주고도 배우지 못할 귀중한 것들을 배우는 시간도 된다.


이 인터뷰 시간이 특별한 건, 좀처럼 듣기 힘든 그 누군가의 아주 깊은 진심을, 아주 가까이에서 듣게 된다는 점이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인터뷰이로부터 이런 이야기는 처음 한다, 다른 데서는 이런 말을 해본 적 없다, 보통 강의나 인터뷰할 때 이런 이야기는 안한다, 같은 말을 듣는다. 그 이유는 내가 하는 인터뷰 컨셉이 '밀착된 마음'이고, 그렇기에 정말 깊은 마음을 꼬치꼬치 캐묻듯이 들으려 하는 게 이 시간의 특성이기 때문인 점도 있다.


그리고 인터뷰의 마지막에는, 꼭 물어본다. "저는 잘 살고 있는 게 맞을까요." 다들 나보다 한 발 앞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낸 분들께 그렇게 내 삶을 묻는 것은, 언제나 깊은 조언과 참고가 된다. 나 혼자 내 삶을 생각하며 나 잘났다고 살아가는 것보다, 그렇게 내 삶을 아는 그 누군가의 생각을 듣는 건, 언제나 중요하고도 감사한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를 할 때, 그래도 인연이 있고, 서로에 대해 알고, 서로에게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분들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인연이 조금이라도 더 깊어지길 바라기도 한다. 아직은 생판 모르는 남을 찾아갈 생각은 딱히 없다.


살아가다 보면, 아무 일 없이 만나 밥 먹고, 술 마시며 만들어가는 우정도 좋지만, 그보다는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나 두고 만나는 게 좋기도 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이를테면, 북토크에 지인 작가를 대담자로 초대하거나, 세미나를 함께 하거나, 방송에 같이 출연하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만드는 시간은 더 잊을 수 없고, 더 깊이 남기도 한다. 변호사시험을 끝낸 뒤로, 거의 매년 그런 시간들을 만들어왔다. 더 값진 기억들로 남아 있다.


한편으로는, 이 10년이라는 개념 또한 역시 유효하다고 느낀다. 내가 10년간 100명을 인터뷰하면, 그 시간이 바꿀 수 없이 소중하게 남을 것은 자명하다. 마찬가지로, 1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유튜브 영상을 100개쯤 만들고 나면, 엄청나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 한 역시 별로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취미 삼아 만들어낸 100개의 영상마다 나의 관심과 지식과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있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책을 내면서 단 한 번도 책 낸 걸 후회한 적은 없다. 10년 넘게 책을 써오면서, 그 모든 책들을 써낸 걸 잘했다고 믿고 있다. 역시 또 앞으로 10년 더 책을 쓴다는 건, 좋은 일일 거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렇게 쌓아나가는 게 나쁠 리는 없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꾸준하게 하루하루 의미 있는 것들을 천천히 쌓아가는 것이야말로, 삶을 의미있게 사는 필승 비법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10년, 한 번 또 달려본다. 가치있는 것들을 그냥 10년, 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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