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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pr 26. 2024

아름다움은 악마와 거래하여 얻는 것

민희진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하나 느낀 게 있다. 아름다움과 빛남은 악마와 거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파우스트는 악마와 거래하며, 최고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게 해주면 자기 영혼을 그 즉시 가져가라는 계약을 한다. "시간이 멈춰라, 넌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칠 수 있는, 모든 권태를 벗어던진 그런 절정에 이른 집착의 순간을 만날 수 있게만 해주면, 영혼을 악마에게 바치겠다는 게 계약 내용이었다.


흔히 내세워지는 건 배우든 아이돌이든 정면에서 연출되는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프로듀서 같은 배후의 존재는 어쩐지 '차가운' 존재일 것 같은 인식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어느 존재가 우리 앞에 빛나 보인다는 것은, 그 이면에 엄청난 집착과 정념의 소용돌이가 있다는 뜻이다.


어떤 존재를 빛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한 천재성과 계획, 뛰어난 감각 정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말 그대로, 온 인생을 갈아넣을 정도의 집착이 필요하다. 작가가 자기 작품에 대해 고고하게 말하며 거리를 둔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 거짓으로 연출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삶과 시간과 마음과 열정을 희생하고 갈아 넣어서, 자기 자식보다도 소중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적당한 구경과 거리두기, 편하게 누워서 하는 소비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것들이 그렇게 손쉽게 돌아가는 것 같은 이면에는, 거의 목숨 걸고 뛰어 들어 매일 같이 욕하고 욕먹고 실시간으로 수명을 갉아먹는, 악마와 거래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온 사람들이 앞에서 눈이 멀듯이 "멈춰라! 이 순간아! 너무 아름답구나!"하는 바로 그 순간을 만들기 위해 삶을 바친다.


삶의 태도라는 건 꽤나 다양하겠으나, 인류가 탄생한 이래 종말에 이를 때까지, 이런 삶의 방식 또한 의미 있는 한 방식으로 이해될 것임은 틀림없다. 우리는 타인의 정념을 구경하며 그것을 추한 것이라 여기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믿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추한 정념이 만들어낸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영원히 '거리두는 구경꾼'으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실에서 싸움의 승자가 패자가 있다면, 그것은 사실 차가운 시스템과 정념의 대결이 아니라, 정념과 정념의 대결에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누가 더 강렬하게 집착하고 목숨을 거느냐가 실은 승패를 가른다. 아마 더 큰 것에 더 큰 악마와 자기의 모든 것을 팔아넘기는 계약을 건 사람이 결국 인간성의 마지막까지 갉아먹히고 승자가 된다. 물론, 그게 좋은 삶인지는 별개다. 때때로 영혼을 팔아 이기는 것은 말 그대로 악마와 거래하여, 삶을 팔아넘기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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