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영포티 논란이 한창이다. 젊은 패션 감각을 추구하는 40대에 대한 일종의 조롱과 비난이 밈화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40대든, 60대든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때로는 힙스터 할아버지나 젊은 감각의 중년을 보면 멋지다고 느낄 때도 있다. 세월에 그냥 순응하지 않고, 어떤 '멋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꽤나 근사하게 볼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 현상에 깔린 중요한 문제제기도 있다고 본다. 그것은 '어른의 부재'이다. 청년 세대 입장에서는, 어쩐지 어른이 없는 느낌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십대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20년은 나이 많은 사람들도 당최 어른이 되어가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모두가 더 젊어 보이고, 어리고, 크지 않고 싶어하는 것처럼만 보인다. 이것은 청년 입장에서는 일종의 위협 혹은 공포와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이 밈이 시작된 계기 중 하나가 40대 직장 상사가 20대 부하 직원에게 고백하는 식의 이야기라는 걸 생각해보면 말이다.
아무도 성숙하려 하지 않는 사회, 성숙을 겁내고, '저속성숙'만을 희구하며 끝없이 후퇴하여 머무르고자 하는 사회 분위기는 어딘지 기이하기도 하다. 나아갈 미래의 지도를 찾고 싶은데, 존경할 만큼 성숙한 어른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불과 얼마 전 시대까지만 해도, 우리에게는 선배와 어른이 있었다. 10년을 앞서 산 사람은 존경하며 따르고자 하는 길이 되곤 했고, 배워야 할 책임감이나 성숙을 가진 존재였다. 그러나 이 지도 없는 시대에, 20년을 앞서간 사람들조차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길 희구하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 상황이 청년들에겐 어떤 위협이나 불안처럼 다가온다고 할지라도, 이상한 게 아닐 수 있다.
나도 머지 않아 40대가 될 입장이지만, 스무살이라고 하면 엊그제 같다. 아무래도 내가 청춘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졌다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어언 20여년 전의 일이다. 그 사이 내가 충분히 어른으로 성숙하지 못했다면, 그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패션의 공유야 이제 전 세대가 어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시대이고, 문화 유행이나 트렌드도 특정 세대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패션 같은 게 세대 불문하고 유행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겉모습이라기 보다는, 내면의 성숙이 아닐까 싶다.
어른이라면, 무작정 '어려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다른 종류의 사회적 책임이라든지, 청년에 대한 존중이라든지, 존경받을 만한 어떤 인격이나 지혜를 추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긴 하다. 그저 내가 어릴 적을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어른들을 바라보며 커 왔고, 아마 아이들 또한 나를 그렇게 바라보며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진짜 어른이든 아니든, 나로서는 어른을 연기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세상에는 그래도 너희가 믿고 의지하며 바라볼 만한 어른이 있다, 그런 모습이라도 보여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희망 같은 것일 뿐, 정답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애초에 어른 같은 건 허상이고, 결국 모두가 내면에 있는 어린 아이를 발산시키고 동안 얼굴과 패션을 추구하며 죽을 때까지 아이처럼 살아가는 게 최고의 삶이고 자랑일 수도 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청년들이 '어른'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 어른의 자리에 있는 어떤 대상을 혐오하고 조롱하는 걸 마냥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와 별개로 이 어른의 부재 시대에 대해서는 나름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나이로 나도 3개월 뒤면 마흔이다. 만으로는 몇 년 남았다곤 하나, 그런 숫자 같은 건 의미 없다. 어쨌든 마흔이든 서른 아홉이든, 나는 과거 공자가 '불혹'이라 불렀던 그 나이 앞에서, 그래도 한 명의 어른으로 성숙해가고 싶다고는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나이키 모자를 벗어 던지거나 아디다스 신발을 안 신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건 사실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그저 나는 이제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어른이 되었으면 싶다.
* 사진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포티 밈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