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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를 향한 글쓰기

by 정지우

내 SNS 팔로워는 모두 합치면 6.6만 정도 된다. 신간을 출간하면, 대략 그 중에서 1~5% 정도 분들이 책을 사보는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책을 읽어주는 독자분들은 SNS와 무관하지 않을까 싶다. 즉, 팔로워 중 95% 이상은 굳이 내가 책을 냈다고 해서 책을 사서 읽어주진 않는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은 달더라도, 팔로워가 곧 나의 진짜 독자 수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대단한 인플루언서라고 볼 수 없는 내 입장에서, 나는 그 1~5% 정도의 존재가 무척 고맙게 느껴진다. 우리 나라 성인이 평균 1년에 5권 정도의 책을 읽는 걸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게 그 중 한 권이 내 책이 되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기적이다. 내 입장에서는 그 기적 같은 1~5%가 있기 때문에, 계속 글도 쓰고, 책도 쓸 수 있다. 그러니 나머지 95%를 신경쓰기 보다는, 그렇게 내 책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글도 쓰고, 책도 쓰며, 또 책이 나오면 열심히 소식을 전하게 된다.

최근에 페이스북에 쓴 글들을 보면, '어쩔수가없다' 리뷰가 20만뷰, '영포티' 관련 글이 30만뷰 정도가 나왔다.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건 뭘까?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이야기가 널리 읽혔다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99% 사람에게는 일회성으로 소비된 글에 불과하다. 일주일 전에 본 쇼츠와 릴스를 대부분 기억 못하듯이, 내가 쓴 글도 99% 사람에게는 그냥 30초 안에 읽고 넘기는 흥미거리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그 99%, 이를테면 30만뷰 중 29만9천뷰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는, 그 중 1천 명에 대해 생각하는 게 더 값지다고 느낀다. 1%인 누군가는 그 글로 조금 더 깊이 공감하고, 삶과 세상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며, 생각의 깊이를 나누는 어떤 존재가 되어갈 수 있다. 그 중에는 그저 느슨하게 아주 멀리서 연결되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조금씩 가까워지며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글쓰기란 바로 그런 1% 찾기다.

내가 바라보는 건 언제나 6만 6천 명이 아니라, 그 중에서 조금은 더 구체적인 인연이 되어갈 1000명 정도이다. 아마 팔로워가 6만 명이 아니라 60만 명이 된다 하더라도, 그 숫자는 아주 크게 늘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기껏해야 3000명? 5000명?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 정도만 해도 현실적으로 한 명의 인간이 고려할 수 있는 수를 넘어선다. 가능한 한 그 1%를 기억하고, 그와 이어지고 닿아가며 삶에서의 가깝고 먼 울타리가 되길 바라면서,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뜻하지 않은 기적 같은 것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어느 북토크 자리 같은 곳에서, 사실, 당신의 책을 쌓아놓고 읽어왔다, 그것이 내 삶의 유일한 위로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번 생에 당신과 같은 세대에 태어나서 다행이다, 육아 시절 당신의 책을 만난 건 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들을 듣게 된다. 그러면 역시 글을 쓰길 잘했구나, 생각한다. 어떤 허상 같은 숫자에 사로잡히거나 휘둘리기 보다는, 그저 수평선 너머의 단 하나의 불빛을 보고 쫓아가듯, 그렇게 나의 1%를 향해 계속된 글쓰기를 이어왔다는 걸, 잘했다고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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