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케이크 한 판 주세요
아침 8시 파리바게트
갑자기 아침부터 정말 오랜만에 땅콩 포켓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다.
아침부터 출근길에 파리바게트에 들렀는데,
앳된 남자아이 2명이 초코 케이크를 사고 있었다.
(때는 수능이 막 끝난 12월 말이었다.)
직원: "포장해드릴게요, 초 몇 개 필요하세요?"
남자아이들: "아 먹고 갈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
아이 둘은 민망해하면서도 상황을 즐기는 듯
약간의 흥분 상태와 설레는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야 나 이런 짓 살면서 처음 해봐 ㅋㅋㅋㅋㅋ"
"우유도 큰 거 1리터 사자!!!"
일탈을 경험 중일까?
수능이 끝난 후 안 해본 짓 해보기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있는 중일까?
'아침 8시에 초코케이크 한판 클리어하기'가 그들의 일탈이라니!
귀엽고 소박한 일탈을 하는구나 하며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어느 날은 친구랑 계곡에 발을 담그고 시원하게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주고 물어봤다.
너에게 일상 속에서 일탈을 하라고 하면 뭘 할 거냐고
친구는 곰곰이 생각했다.
음... 회사를 안 가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바다로 떠나는 거지
그리고 친구는 나에게도 물어봤다.
음............(고민이 더 길었다) 나는 매번 타는 자전거 루트가 아니라,
새로운 길로 무작정 빠져서 달려보는 거야
우리 둘 다 동시에 빵 터졌다.
"참 소박하다 우리"
아침 8시에 초코케이크를 한 판 먹어보는 남자아이 둘이나
매번 하는 일상에서 약간만 바꿔보는 우리들의 일탈 상상이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소복소복 쌓인 일상의 생활 먼지를 탈탈 털어 줄 정도라면,
사실 저 정도 일탈도 훌륭하지 않은가?
나에게 그것이 일탈이라면
무던한 일상에서 조금의 흥분으로 마음을 설레게 할 수 있다면
그 정도 일탈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