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리의 테이블 Nov 10. 2023

친구 한 명이 주는 힘

꿈의학교 생활관 이야기

며칠 전 한 학생(A군)이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친구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요."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니?" 


"농구할 때 제 차례인데, 저를 안 껴주고, 자기 저한테만 뭐라고 해요." 

"그래...." 


교사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무시당한다'는 감정은 주관적인 것입니다. 10대 남자아이들은 섬세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세심하게 배려하거나 살피는 일이 어렵습니다. 그런 남자아이들 문화 속에서 섬세한 아이들은 사실 공간이 많지가 않습니다. 


대체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은 고생을 합니다. 늑대 무리에 사는 양과 같은데, 잡아먹히지^^는 않지만, 늘 긴장 속에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들이 무시한다는 말'이 그저 보통의 남자아이들의 무심한 태도 때문인지, 적극적인 따돌림인지 분별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렇구나, 혹시 네가 겪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 네가 믿을 수 있는 친구 말이야." 

"예! **가 얘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그 친구(B군) 좀 데리고 올래?" 

아이는 사무실을 나가 친구를 데리고 왔습니다. 


"**님 혹시 친구들이 이 친구를 무시하는 것 같아요?" 

"무시하는 건 아닌데요. 얘가 착하니까, 좀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렇구나, 그러면 그런 순간에 **님이 이 친구 편을 좀 들어줄 수 있을까?" 

그 순간 A군은 긴장하면 B군을 힐긋 보았습니다. 

B군이 대답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 순간 A군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습니다. 


그 이후 상담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떤 품성이 필요하고, 어떤 품성이 길러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되었습니다. 

친구는 '인내'의 성품을 골랐습니다. 


누구나 한 사람만이라도 나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 준다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절망적인 생각이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한 친구의 담담한 지지가 절망적인 생각을 근거 없는 망상으로 바꿔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생님 제가 화를 잘 못 내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