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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May 06. 2020

25 뇌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두 번째 이야기

집중하기 2

집중하는 능력은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여기서 보상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일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 이후의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보상이란 어떤 경험 이후에 오는 긍정적 느낌을 총칭해서 말한다. 뇌는 과거에 기분 좋았던 경험을 다시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류는 수백만 년의 기간 동안 한 치 앞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하나의 강력한 생존 전략을 발달시켰다. 그것은 어떤 일을 한 다음에 좋은 보상을 얻으면 그 일을 계속하려 하고, 나쁜 보상을 얻으면 하지 않으려는 거였다. 따라서 보상의 정도에 따라 일에 대한 집중도가 달라지게 된다.


발표를 잘하기 위한 보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무언가를 해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일 수 있고, 다른 이에게는 남들 앞에서 내 멋진 모습을 보였다는 자부심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이에게는 곧 있을 승급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거나 연봉 상승에 대한 기대감일 수도 있다. 또는 짝사랑하는 같은 팀 동료와의 행복한 결실이 될 수도 있다. 보상이야 말로 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러면 더 가치 있는 보상이 있을까? 


몇몇 실험들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한다. 레퍼와 그의 동료들은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미술도구를 주고 놀라고 하면서, 몇 명의 아이들에게는 특정 미술 도구를 가지고 놀면 상을 주겠다고 했다. 일주일 후에 관찰해보니, 보상을 받지 않은 아이들이 다시 미술 도구를 가지고 노는 것에 더 적극적이었다. 스스로 만족감을 느낀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 의한 보상을 받은 아이들보다 더 지속적인 효과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로체스터 대학의 에드워드 데시와 그의 팀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자신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업무를 더욱 잘 수행했고 자신감도 높았다고 말한다. 이는 타인에 의한 물질적인 보상보다는 스스로 느끼는 정신적 보상이 더 강력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보상은 반드시 물질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기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야 말로 최고의 보상이 될 수 있다. 


깜짝 보상이나 기대 이상의 보상도 그 영향력이 배가된다. 동영상 제작 공모전에 경험 삼아 참가했는데 동상을 받았다면 그 기쁨은 금상에 못지않다. 반대로 예상보다 적은 보상은 그 효력이 크지 않다. 금상을 예상했지만, 동상을 받았다면 그 기쁨은 슬픔으로 바뀔 수 있다. 


특정 행동이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보상을 받는다면 그 행동은 신경가소성으로 인해 습관이 된다. 더 이상 보상이 없어도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골프 선수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스윙 연습을 하는 거나 잘한 행동을 할 때마다 꾸준히 칭찬받은 아이가 스스로 그 행동을 계속하는 것도 뇌의 보상시스템을 통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상시스템이 마냥 좋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밀가루 중독뿐 아니라 알코올, 약물, 도박 중독의 저변에도 보상시스템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 


보상의 가치는 전전두엽에서 평가된다. 전전두엽의 안와전두엽과 내측전두엽에서 이러한 임무를 수행한다. 인터넷 바둑을 두고 싶은 유혹을 억제하고 내가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도 나의 뇌가 이 글을 마쳤을 때의 희열을 바둑을 두는 즐거움보다 우위에 뒀기 때문이다. 전전두엽이 제대로 일을 하면 당장의 욕구보다는 장기적이고 더 가치 있는 일에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다. 그러나 전전두엽이 교통사고나 뇌진탕, 질병, 불량한 식생활, 스트레스 등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억제를 못하게 되고 당장의 원초적 욕구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그러면 나는 글을 마무리 짓기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바둑을 두고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가끔 그러긴 한다. 


명상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명상을 적극 장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UCLA의 연구에 의하면, 명상을 규칙적으로 한 사람들은 해마와 전두엽의 크기가 증가했다. 해마와 전두엽은 모두 집중력과 관계가 있다. 


식생활도 집중력에 영향을 준다. 적당량의 당분 섭취는 집중력을 올리지만, 과다한 당분 섭취는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예일대 존의 연구에서 25명의 건강한 아이들에게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하고 그 이후의 반응을 검사했다. 이들은 5시간 동안 정상보다 5배 많은 아드레날린을 분비했고 집중하기 힘들어했다. 하팔라티와 동료들이 10세에서 11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등으로 30퍼센트 더 많은 당을 섭취하면 불안, 우울감이 증가했고 공격성이 2배 높아졌다. 아드레날린은 스트레스 초기에 분비되는 물질이다. 이는 외부 자극에 대한 과도한 반응을 유발한다. 살짝만 건드려도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게 한다. 아드레날린으로 적셔진 뇌는 집중하기는커녕 산만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대화하는 자세도 집중력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측 귀를 통해 들으면 상대방의 말이 더 분명하게 들려 더 집중해서 잘 들을 수 있는 반면에, 좌측 귀로 들으면 소리의 높낮이가 왜곡되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다. 청각 경로는 반대편 대뇌로 간다. 이러한 주장은 우측 귀로 들으면 말을 듣고 이해하는 상위 신경계인 베르니케 영역이 있는 좌뇌로 바로 가는 반면에, 좌측 귀로 들으면 먼저 우뇌를 거쳐 다시 좌뇌로 가는 동안 정보의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일상생활에 적용을 할 수 있다. 중요한 대화에서 상대방을 약간 우측에 위치되도록 하거나 강의를 들을 때 연설자가 우측에 위치하게 자리를 잡으면 집중, 정보의 기억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많은 인내와 희생을 감수하고 결국 원하는 것을 얻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는 그들의 강인한 혹은 나약한 의지력을 말하지만, 나는 이러한 원인이 뇌의 상태에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 나의 식생활, 나의 환경에 따라 뇌는 달라지고, 결국 이러한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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