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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Jun 27. 2020

33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두 번째 이야기

인사동 맛집 위치를 설명할 때 여성의 경우에는

뇌를 해부해보면 여자의 뇌가 표면적과 밀도는 더 높지만, 무게와 부피는 남자의 뇌가 더 크다. 변연계는 여성에서 남성보다 더 크다. 변연계는 생명 유지에 있어 필수적인 몇 가지 일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감정 처리이다. 살면서 무수히 맞닥뜨리는 경험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느낌을 덧씌운다. 감정으로 덧씌워진 경험은 중요도에 따라 기억으로 저장되어 미래의 행동이나 판단에 지표가 되기도 한다. 


여성은 변연계가 더 발달함으로써 남성들보다 더 감정적이고, 이를 잘 표현하며,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는 능력이 발달되었다. 이는 육아에도 영향을 줘서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육아를 더욱 잘한다. 이러한 유대 관계의 밑바탕은 공감이다. 공감 능력에서 거울 뉴런의 역할이 중요한데, 거울 뉴런이라 불리는 뇌 속의 신경세포는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 상태를 공감하는 일을 한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거울 뉴런의 수가 더 많고,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공감능력, 감정 파악 능력 등에 있어서 더 뛰어난 이유이다.  


측두엽에는 베로니케 영역이라는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 여성 측두엽의 이 곳에는 뇌세포가 더 많이 있다. 뇌세포가 많다는 것은 그 영역에서 더 전문가임을 뜻한다. 실제 여자 아이는 생후 2년 이후에 이러한 발달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는 남자아이보다 6개월 정도 빠르다. 언어 능력이 발달하면서 여성은 좌측 해마가 더 활성화되고, 남성은 우측 해마가 더 활성화된다. 이는 편도체에 의한 기억 강화 효과가 여성의 경우에는 좌측 편도체에서, 남성의 경우에는 우측 편도체에서 일어난다는 뇌영상기기를 이용한 실험 결과와도 일치한다. 또한 남자의 경우, 공간 지각을 담당하는 우뇌가 좌뇌보다 큰 것 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동굴 속의 여성은 아이를 돌보고 위험을 헤쳐 나가기 위해 아이와 동료와의 유대 관계가 중요했고, 이로 인해서 공감능력이 발달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적 성향이 더 발달했기에 호르몬의 변화에 민감 해졌다. 그로 인해 사춘기, 초경, 출산 이후, 폐경 등의 시기에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우울증에 더 쉽게 사로잡힐 수 있다. 


경인지방통계청이 2016년에 발표한 ‘서울지역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서울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 비율은 여학생이 42.4퍼센트로 남학생에 비해 11.1퍼센트 높게 나타났고, 우울감을 경험한 여학생의 비율도 31.0퍼센트로 남학생보다 8.9퍼센트 높게 나왔다. 통증도 그러하다. 동네 병원에서 볼 수 있는 만성 통증 환자의 상당수는 여성이다. 이는 통증도 감정과 결부된 느낌이기 때문에 여성은 통증에도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와 남자의 가장 명확한 차이 중 하나는 공간지각 능력이다. 뇌 영상 연구를 통해 남녀가 공간을 생각할 때, 서로 다른 부위가 작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에 있어 남녀의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은 주변의 단서나 특이한 단서를 이용하고, 남성은 뇌 속의 기하학적 지도에 더 의존한다. 


예를 들면 인사동 맛집 위치를 설명할 때 여성의 경우에는 ‘쭉 가다가 빨간색 간판이 있는 가게를 끼고 좌측으로 돈다’고 말하는 반면에, 남성은 ‘100m 정도 가다가 세 번째 골목에서 좌측으로 돈다’는 방식을 이용한다. 수렵 시대 사냥을 위한 남성의 활동 반경은 매우 넓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한 번 사냥을 나가면 매일 십 수 킬로미터 이상을 걸어 다녀야 했다고 한다. 이렇게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주변 지대의 세부적인 단서보다는 전체를 아우르는 큰 지도를 머릿속에 담아두는 편이 위치를 파악하기에 나았다. 반면에 여성의 활동 범위는 이보다 작았고, 큰 지도보다는 특정 위치의 세부적 특징을 머릿속에 넣어두는 방법이 더 정확했을 것이다. 


뇌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여자와 남자는 차이가 난다. 뇌에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뇌량이라는 부분이 있다. 이를 통해 좌뇌와 우뇌가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여성의 뇌량은 남성보다 밀도가 더 높다. 이는 여성의 뇌가 좌우뇌의 의사소통을 통해 이질성이 덜한 반면, 남성의 경우 좌뇌와 우뇌가 각자 자기 역할에 더 충실하며 분업화가 잘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남성의 경우에는 주로 좌뇌가 언어를 담당하고 우뇌는 정서와 시각, 공간감 등을 다루지만, 여성은 상대적으로 이들 영역에서 양쪽 뇌를 같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여성은 정서 뇌인 우뇌와 언어 뇌인 좌뇌가 서로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하기 때문에 감정 상태를 수월하게 정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남성은 우뇌에서 느끼는 정서적 상태를 언어의 뇌인 좌뇌로 잘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표현하려는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가슴만 쥐어뜯곤 한다. 


추상적 문제를 다룰 때도 남성은 주로 우뇌를 이용하지만, 여성은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한다. 우뇌에 손상을 입으면, 그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남성은 공간 지각 능력이 감소한다. 반면에 여성은 양쪽 뇌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남성 뇌의 분업화가 꼭 나쁘지 만은 않다. 여성은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더 우월하지만, 남성은 분업화로 인해 공간 지각 능력이 앞선다. 또한 남성 뇌는 동시에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더 용이하다. 남성은 영화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여성의 경우 동시에 서로 다른 정보가 뇌로 들어오면 두 가지 활동이 서로 방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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