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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Aug 31. 2020

41 좌뇌와 우뇌. 일곱 번째 이야기

애플의 제품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가 대표적 인물이다.

반대로 난독증이나 학습장애는 좌뇌 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나 ADHD처럼 난독증도 남아들이 여아들보다 2~3배 정도 많다. 난독증은 언어중추가 위치한 좌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말을 이해하는데 한 박자 느리고, 말도 천천히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습 때문에 학습능력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읽는데 어려움이 있고, 쓰는 것도 힘들어한다. 결국 공부에 관심을 두지 못하면서 학습부진아로 오해받게 된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양팔저울의 한쪽이 내려가면 반대편이 올라가듯, 시각과 공간 지각 능력, 창의력을 담당하는 우뇌의 능력이 남들보다 매우 뛰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글자로 된 책을 읽는 것을 힘들어 하지만, 시각적 공간적 창의성을 발휘하는 분야에서는 특출하다. 애플의 제품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가 대표적 인물이다. 초등학생 때 난독증과 학습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그의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인 디자인은 애플의 상징이 되었고, 사업 성공에도 큰 역할을 했다. 난독증이 좋아진다면 상대적으로 우수한 우뇌와 새로워진 좌뇌가 합쳐져서 학업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뛰어난 능력은 결코 한쪽 뇌만 잘 이용한다고 될 수 없다. 수학에 있어서 좌뇌는 단순 계산이나 도식화, 논리 연산 등에 주로 관여하지만, 우뇌는 기하학이나 도형에 더 특화되어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악보 읽는 법이나 운지법, 반복되는 리듬 파악 같은 것은 좌뇌에 의존하지만, 순간의 영감을 이용한 작곡이나 즉흥 연주, 음색과 음높이를 구분하는 것은 우뇌에 달려있다. 청각도 양 뇌를 모두 활용해야 한다. 좌뇌는 주로 말소리와 같은 고음부 소리에서 활성화되지만, 바람이 나뭇잎에 부딪히는 소리,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 같은 저음부 소리인 자연적 배경음은 주로 우뇌에서 처리되어 공간 인지에도 관여한다.


시각적, 공간적 정보를 통합하여 큰 그림을 보도록 해주는 우뇌는 감정에 충실하여 타인과 사회에 공감하도록 하고, 세상을 직관적으로 보도록 한다. 세세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논리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여 상황을 패턴화, 분류화시키는 좌뇌는 언어 중추가 자리 잡고 있고 순차적, 구체적 사고 체계를 형성하도록 해준다.


인류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좌뇌와 우뇌의 분업화를 따랐을 것이다. 논리 체계에 모순된 사실을 왜곡하거나 무시하는 좌뇌는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도록 해주며, 좌뇌와는 다르게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우뇌는, 예단으로 인한 혹은 패턴화에 의한 좌뇌의 자동반응에서 올 수 있는 폐해를 줄여준다. 이러한 상호 보완 작용으로 인해 인간의 생존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었으며, 이는 모든 생물의 궁극적 목적이기도 하다.


좌우뇌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우리의 삶은 더 풍족해질 수 있다. 전체적인 맥락을 따르면서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이성적 논리적으로 사고하지만 타인의 감정에도 공감할 줄 아는, 기존의 패턴과 방식을 따르지만 창의적이고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현실감을 유지하면서 변화와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그런 능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뇌의 각 영역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커버 사진: Photo by Juan Rumimpun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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