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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Oct 06. 2020

44 건강한 뇌 만들기. 세 번째 이야기

11세 때 운동량이 많은 아이들은 4~5년이 지난 후에도 성적이 높았다.

< 운동하기 1 >


몇 년 전, 호주에서 유학 중인 고등학생과 그의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었다. 방학을 이용하여 잠시 우리나라에 들렸을 때였다. 어머니는 “학교에서 매일 아침마다 달리기를 시켜요. 아이들이 힘들어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라며 걱정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 학교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훌륭한 학교이며 우리나라에도 그런 학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운동은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운동은 육체적 건강뿐 만 아니라 뇌의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뇌가 건강해진다면 사고력, 기억력, 창의력, 집중력, 통제력, 사회적 관계 능력이 향상되므로 학업 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좋아진다. 실제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고등학교에서 아침 달리기를 의무적으로 한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존 레이티의 ‘운동화 신은 뇌’에 실제 사례로 등장하는 학교가 있다. 그 학교는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인데 언젠가부터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을 교육 과정에 적용했다. 그 프로그램에 따라 학생들은 최소 185의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1.6킬로미터 달리기를 했다. 이후 이 학교의 8학년 팀스(TIMSS, 4년마다 시행되는 수학과 과학 성취도를 비교하기 위한 국제 시험) 결과는 과학에서 1등을 차지했고, 수학에서는 싱가포르, 한국, 대만, 홍콩, 일본에 이어 6등을 차지했다.


미국의 다른 학교인 타이터스 학교에서는 2000년부터 운동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읽기 점수에서 17퍼센트, 수학 점수에서 18퍼센트 주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더 놀라운 사실은 550명 학생이 다니는 이 학교에서 2000년 이후 학생 간 싸움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운동이 사회성을 키우고 타인을 배려하게 만든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3년 영국 조세핀 부스와 그의 팀의 연구도 적당한 강도에서 격렬한 강도까지의 운동을 하면 체력 향상뿐 아니라 학업성적도 향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10대 청소년들 약 5,000명을 조사하여 이런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주목할 점은 11세 때 운동량이 많은 아이들은 4~5년이 지난 후에도 성적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아더 크래머의 연구도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최대 심박수의 60퍼센트를 유지하며 20분간 트레드밀에서 걷기를 한 직후, 주의 집중력과 학업 성취도가 상승했음을 보여주었다.


2007년 독일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는 빨리 달리기가 어휘 학습 속도를 운동 전에 비해 20퍼센트 상승시켰다. 이와 유사한 연구는 매우 많다. 미국 소아과학지는 수백 편의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기억력, 집중력, 수업태도 향상을 위해 학생들은 매일 1시간 이상 중간 강도 이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멋진 근육, 근사한 몸매, 혹은 다이어트나 신체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운동의 첫 번째 효과가 아니다. 운동의 가장 큰 효과는 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운동은 뇌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 또한 신경세포의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특정 단백질의 생산을 유도하여 뇌의 기반을 강화시킨다.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칼 코트먼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운동이 해마를 변화시켰다고 발표했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학습에서 매우 중요한 부위이며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위축되어 기억력과 인지력에 큰 영향을 준다. 실험에서 한 무리의 쥐 집단은 매일 운동을 시키고, 다른 무리의 집단은 이틀에 한 번 운동을 시켰다. 2주 뒤에 검사를 해보니 두 집단 모두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수치가 크게 늘어났는데, 매일 운동을 한 집단은 150퍼센트, 이틀에 한 번 운동을 한 집단은 124퍼센트 늘어났다.


한 달 뒤에 다시 검사를 해보니 두 집단 모두 뇌유래신경영양인자 수치가 증가했지만 그 차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운동을 멈추니 2주 후에는 다시 원래 수치로 되돌아갔다.


운동을 했다고 신경세포가 계속 성장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성장한 신경세포가 주변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형성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달리기 운동을 통해서 세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이어지는 독서를 통해 세포 간 연결이 더 공고해지게 된다. 그러면 독서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실제 뇌 기능이 최고가 될 때는 운동을 한 다음이다.



커버 사진: Photo by Flo Kar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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