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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태진 Oct 28. 2017

하늘과 사람은 연결되어 있다.

서화 평화마을 칼럼-3


손진인이 말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이 가장 귀한 존재이니, 둥근 머리는 하늘을 상징하고 모난 발은 땅을 상징하며, 하늘에 사계절이 있듯이 사람에게 사지(四肢)가 있고, 하늘에 오행(五行)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五臟)이 있다. (중략)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2개의 눈이 있고 하늘에 낮과 밤에 있듯이, 사람에게는 활동과 잠이 있으며, 하늘에 천둥번개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기쁨과 분노가 있다. (후략)



손진인은 손사막의 별칭으로 581년에 태어난 당나라 의사입니다. 의술이 뛰어나고 노장사상과 불교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동등하게 치료해서 '약왕(藥王)'으로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1500년 전 손사막이 관찰한 것은 우리 몸에 있는 것이 자연현상에도 있고, 자연현상에 있는 것 또한 우리 몸에도 있다는 것입니다. 손사막의 글은 직접 질병치료의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의학이 몸을 보는 관점과 질병을 대하는 태도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보면 허술하고 빈틈이 많아서 의학보다는 문학 같지만, 중요한 것은 하늘과 사람이 이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의사가 이런 내용을 전달하려 한다면 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우주의 기원, 별과 원소의 생성, 생명현상, 생태학 그리고 이런 것들을 연결하는 빅 히스토리의 내용을 소개하겠지만 당시에는 불가능했을 뿐입니다. 어쨌든 하늘과 사람은 연결되어 있고, 하늘과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이것이 한의학과 동의보감의 출발입니다. 동의보감을 시작하면서 생명현상이 펼쳐지는 커다란 마당을 먼저 그려봅니다. 우리는 모두 그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나, 친구, 부모, 나무, 풀, 동물, 바위, 구름, 하늘, 땅, 태양, 바람, 강, 바다.

원소, 분자, 세포, 조직, 다세포 생물, 개체군, 군집, 생태계, 생물권, 우주



한 사람의 몸은 막막한 우주 가운데 미약한 존재이지만 마음이 하늘의 이치에 부합하면 천(天) 지(地)인(人) 삼재(三才)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두려움과 어리석음으로 쪼그라들면 삶은 그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며,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고 타인에게 상처를 줍니다. 손진인의 관찰은 지금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자연과 사회를 보며 그것을 내 몸처럼 생각하고, 내 몸을 속에서 자연스러운 질서와 운행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건강입니다. 두려움과 어리석은 욕심을 떨치고 하늘마음을 품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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