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자아 탐구의 시작이며, 이것 없이는 자아를 탐구할 수 없다. 그래서 하나의 참인 명제로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자신에 대해서 어떠한 것도 알 수 없다.” 철학에서 경험론의 자아 버전이다. 온 세상이 하얗고, 어떤 객체도 없는 세상에 홀로 놓인다면, 그는 자아에 대해서 어떤 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즉, 경험과 자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나는 나를 알아간다.
즉, 자신을 이해하려면 일단 경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떤 아르바이트 경험이든, 발표 경험이든, PPT를 만드는 경험이든, 친구들과 여행을 가든, 홀로 여행을 가든 무엇이든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이다. 예를 들면 학창 시절 반장이라는 경험은 많은 생각을 가져다준다. 내가 반장을 해본 적은 없지만, 상상해 보자면 이렇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선생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권위에 굴복하는 성향이거나, 잘 받아들이는 성향이다.
자신을 희생하여 학우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은 성향이거나, 자신이 더 중요한 성향이다.
하나의 경험으로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홀로 여행을 가는 경험은 어떤 생각을 가져다주는가.
자신의 위기 대처 능력이 좋거나, 그렇지 않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활력이 돋거나, 오히려 힘들다.
계획에 없는 일을 만드는 것이 즐겁거나, 그렇지 않다.
자연을 보는 것을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다.
이처럼 홀로 여행 가는 경험 하나가 여러 측면에서 자아의식을 높여줄 수 있다. 다른 모든 경험도 그러하다. 하지만 단편적 경험이 자아의식을 높여주는 것은 맞지만, 깊이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깊이 경험했을 때,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한층 더 깊은 나를 알 수 있다. 학생회를 한다고 했을 때, 일반부원, 국장, 회장의 역할이 다르다. 자신은 팔로워 성향인지, 5인 정도를 리드하고 싶은지, 100인을 리드하고 싶은지를 알 수 있다. 학문을 깊이 공부해 보는 경험도 도움이 된다. 자신이 0~90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사람인지, 90~100을 채워서 완벽하게 공부해 낼 수 있는 사람인지, 자신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용하길 좋아하는 사람인지,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을 잘 이해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아르바이트도 한 두 달 해보는 것이 아니라, 1년씩 해보면 예상하지 못한 깨달음이 생길 것이다. 처음에는 서툴지만, 견뎌내고 일하면서 결국 인정받게 되고, 더 큰 역할을 얻게 되고, 남들을 가르쳐보기도 하면서 자아의식이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얕은 경험, 깊이 있는 경험들이 다른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나는 어떻게 나에 대한 이해를 높여갔는지 이야기하겠다.
난 대학생 때 경제학을 전공했고, 경제학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학점을 잘 받고 싶기도 했고, 경제학 공부 자체가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학우들보다 경제학을 잘 알았다. 그래서 시험 기간마다 나에게 질문하는 카톡이 많이 쌓였다. 나도 공부해야 하는데, 한명 한명 답해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친구들을 한데 모아서 족집게 강의를 하고, Q&A를 진행했다. 그 시간이 즐거웠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나의 언어로 이해시키는 경험이 즐거웠고, 내가 그것을 잘할 수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내가 가르쳐준 친구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을 때 보람도 느꼈다. 이를 통해 나는 교육을 통한 선한 영향력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 경제학을 단지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 적당히 공부했다면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없었으리라 확신한다. 하나의 학문을 즐기면서 오랫동안 경험해 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나는 문화예술 동아리 회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학창 시절 반장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처음으로 리더를 맡았다. 나는 기존에 리더란 목소리 크고, 사람들 앞에 서서 통솔하는 역할로만 생각했다. 학창 시절 떠올린 리더는 그랬다. 그래서 내가 잘할 것이라는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달랐다. 리더의 본질은, 목소리가 크고 사람을 통솔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며 그것을 납득시켜 집단을 이끄는 역할임을 깨달았다. 나는 깊은 고민을 통해, 옳은 것을 찾아내고 설득하는 데 자신이 있었고, 리더가 나에게 잘 맞는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그 이후에 많은 단체에서 리더 역할을 해 보았으며, 지금은 나를 스스로 리더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융합되어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자로 커리어를 전환하여 살아가고 있다. 경제학을 알려준 경험과, 문화예술 동아리 회장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면, 내가 학생들을 이끌고 교육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경험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경험도 도움이 되니 뭐든 시도해 보라고 과감하게 말한다. 그렇지만 경험하기 위해서 현재 상태를 뛰어넘어 도전해야 한다. 누구나 경험이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은 알지만, 도전은 매우 어려운 일임을 매우 잘 안다. 다음 장에서 도전에 관해서 이야기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