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전] 도전이 쉬워지는 과정

by 행복한 시지프

이전 글에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진리를 모르는 이 없지만, 사실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공부 잘하는 법도 누구나 안다. 하루 10시간씩,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면 잘해진다. 이것이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도 왜 도전이 어려운지 이해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나에게도 도전이 무척 어려웠는데, 이제는 도전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내가 도전의 두려움을 극복해 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나도 25살까지 도전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해외에서 살아보는 경험도 너무 해보고 싶었는데 고작 부모님의 만류로 도전하지 못했다. 나에게도 그것을 해낼 만큼의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많이들 하는 복수전공도 도전하지 못했다. 사실 나는 2개의 학부 복수전공에 합격했음에도,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았었다. 미래를 과도하게 고민했기 때문이다. 복수전공을 하는 게 나을지, 하지 않는 게 나을지, 복수전공을 한다면 미래에 어떤 가능성이 생길 것이고, 그 기대 효용은 얼마나 될 것인지 망상을 펼쳤다. 그리고 복수전공 과목을 4학기 동안 어떻게 들을 것인지 구상하는데, 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결국 하나도 듣지 못했다.


25살이 되었을 때 너무나 슬펐었다. 나는 더 이상 경제학을 하고 싶지 않은데, 나는 경제학을 제외하고 어떤 것도 모르고,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전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왜 나는 도전을 안 했을까, 매일 후회했다. 지금부터라도 도전적인 삶을 살고자 다짐했고, 2021년을 도전의 해로 정의하고 살아갔다. 그렇게 컴퓨터 개발을 시작했었다.


그 이후로, 동아리 운영진도 도전하고, 업무가 하드하기로 유명한 토스에도 도전하고, 현재는 개발 교육자에 도전하고 있다. 왜 그런 선택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나의 길을 갈 뿐이다. 이제는 도전이 정말 두렵지 않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왜 이전에는 도전이 두려웠고, 지금은 두렵지 않은지.


도전이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미래를 과도하게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얼마의 확률로, 어떤 결과가 생길 것이고, 그것의 효용은 얼마인지 비교해 본다. 이렇게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확률적이기 때문이다. 잘하면 이게 낫고, 못 하면 저게 낫고 식이다. 이때 나는 3가지 주문을 외친다. 첫 번째는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이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일단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해보면 후회로 남을 것이다. 두 번째 주문은 “옳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선택하고 그 선택은 옳게 만들자” 이다. 박웅현 작가의, 여덟단어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옳은 결정은 사전에 정해지지 않는다. 결정 이후에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 번째는 “Connecting the dots” 이다. 나는 어떤 경험이든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점이 연결될 때까지 그것을 알 수는 없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한다.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점이 연결될 거라는 믿음만이 중요하다.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점의 연결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자가 되었다. 개발을 열심히 공부한 경험과, 동아리 회장으로서 집단을 이끌어본 경험이 합쳐져서 나는 교육자가 되었다. 누군가 개발자가 되거나, 교육자가 될 거라고 예측할 수는 있어도,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자가 될거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게 점 연결의 힘이다. 상상도 못 한 것을 만들어낸다. 이 3가지 주문과 함께라면, 미래 고민을 어느 정도 꺾어낼 수 있을 것이다.


도전이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도전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전은 도전을 낳는다. 주변을 둘러보아라. 도전하는 자는 계속 도전하고, 도전하지 않는 자는 계속 도전하지 않는다. 혼자 남미를 여행 갔다 온 자는, 다른 도전도 잘 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도전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어떤 도전이든 해보고 성공 경험을 쌓는다면, 다른 도전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도전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도전하는 환경에 놓인 사람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도전한 경험이 없었다고 하여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내가 그랬듯이 의식적으로 도전해 나가면 된다. 작은 도전부터 해보자. 갑자기 한 번에 큰 도전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게 하나씩 도전해 보고, 그것이 성공 경험으로 이어지고, 점이 연결됨을 느끼고, 인생이 망하지 않음을 깨닫다 보면, 더 큰 도전도 할 수 있게 된다.


자아를 탐구하기 위해서 경험이 꼭 필요하고, 경험하기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함을 말했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내가 말한 3가지 주문을 외치며 작게 도전하다 보면, 도전이 두렵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keyword
이전 07화[경험] 자아탐구의 시작과 끝은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