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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Dec 21. 2021

무작정 날 위로하지 마

도서관에서 만난 수많은 에세이들

나는 한 번씩 집에서 책이 잘 읽히지 않아서, 도서관을 가곤 했다. 주위 사람들도 다 책을 읽고 있는 걸 보면 괜스레 집중도 더 잘 되었고 적당한 백색 소음은 완벽히 나를 책의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어깨가 뻐근할 때면 잠깐 일어나서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보곤 했다. 요즘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보면 주로 '힐링 에세이' 들이 꽂혀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제대로 에세이를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친구에게 듣기론,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야. 시간 나면 한번 읽어봐."라는 정보 밖에는 없었다. 그래도 가볍게 읽기 좋다고 했으니까 그냥 그 코너에 기대고 적당히 읽어보았다.




힐링 에세이라 그런지 정말 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내용들이 시작부터 나왔다. 그런데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문득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뭐든지 괜찮고, 다 내 탓이 아니고,,, 어쩌면 이 책은 힐링 아니라 그냥 남 탓하는 책이 아닐까?" 물론 위로받을 상황이 아닌 사람들에겐 책으로나마 위로받을 수 있는 좋은 기능을 하는 책일 것이다. 앞뒤 안 가리고 오로지 따뜻한 말을 전해주니까. 하지만 나는 애초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 절반 정도 읽고 다시 제자리에 꽂아 두었다.



극단적으로, 이 책이 우리 사상 깊이 들어온다면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기든 간에 "아무튼 내 잘못은 아니야." , "아무튼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무작정 위로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개인에게 부여된 '책임감'이라는 것은 사라지고 남는 건 절대로 존재하지 않을 '책임질 사람' 이 되지 않을까? 나는 상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베스트셀러 자리에 점 점 늘어가는 이런 책들을 보며 호기심과 아주 조금의 막연한 불안감 또한 느꼈었다.



"인간은 '자기 극복'을  통하여 자신을 더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 선악의 저편

자기 극복이란 어떠한 시련, 고난이 다가와도 우리 스스로 이겨내야 하며, 더 나아가 스스로를 경멸하면서 더 나은 자신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만약 모든 게 나의 책임이라면, 우리는 스스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위로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 극복해내야만 한 단계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있다.



흔히들 제일 힘든 싸움은 "나 자신 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수많은 유혹을 앞에 두고 "자신과의 싸움"을 해나가고, 이기고 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모든 게 내 탓이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되면 자신과의 싸움을 사이좋게 끝내는 게 아니라, 지레 자신에게 굴복하는 게 아닐까? 어차피 자신과의 싸움을 질리도록 해야 할 우리의 삶이라면, 차라리 더 많이 이기고 더 적게 지는 게 좋지 않을까?

프리드리히 니체





물론 어느 부류의 책이 더 뛰어나고 그런 것은 아니다. 읽는 이 가 얻고자 하는 지식, 감정이 다르며, 개개인이 처한 상황도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힐링 에세이가 많이 싫어졌다. 나는 내가 한 일에 책임을 지는것과, 괜찮지 않을때는 말 그대로 괜찮지 않아서 당황하며 다시 정상으로 만드는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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