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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Oct 16. 2023

이상하게 잡고 있는 것보다 놓는 게 힘들었어.

그녀에게 보내는 읽히지 못하는 세 번째 편지

벌써 3번째 편지를 이렇게 너에게 쓰고 있어.

안녕 잘 지내고 있지?

매번 똑같은 안 부을 물어보고, 인사를 하는 것도 네가 그렇게 날 처음 봤을 때의 똑같은 모습이기를 바라고 그 모습이 그리워 이렇게 물어보는 것 같아. 그렇기 때문에 난 지금도 그리고 이후에도 그렇게 늘 물어볼 것 같은데 괜찮지?


나의 하루를 지내면서 너와의 시간을 생각하는 시간들이 조금도 줄어들고 있질 않네. 너에게 안타깝겠지만, 나의 헤어짐의 의한 잊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라고 생각하고 양해를 구해볼게. 그렇게 너와의 추억을 갑작스럽게 혹은 꾸준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누구에게나 공평한 24시간이 그나마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멈출 수가 없어. 


어느새 다시금 널 처음 봤던 그 모임을 가기 위해 노력하던 그때로 돌아왔어. 그때는 그 모임에 굉장히 열심히 열정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그게 1년이 지나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 동안 다양한 기억과 많은 사람들을 만남으로 나에게 굉장히 특별한 결심이었고, 경험이었던 것 같아. 그렇게 추워지고, 다음 년이 되었을 때 다시 따뜻함을 느끼게 될 때쯤 너와의 짧았던 만남의 끝을 난 반복 하며 미련과 아쉬움으로 남겠지.

그래서 지금 이 편지를 쓰는 나의 마음은 두려움 반, 아쉬움 반의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고 있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는 걸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전에도 말했던 것 같지만, 너의 근황에 대해 난 알 길이 없어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몰랐던 사람처럼 그렇게 지내고 보니 잊히기보다는 그 궁금증이 더 커져 매번 혼자 누워 있는 작은 침대에서 뒹굴거리기 일쑤인 것 같아. 그러면서 감히 너에 대해서 잘 안다는 생각으로 넌 잘 지내고 있을 것이고, 웃음 지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요즘 날씨가 꽤 좋은 것 같아.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햇빛도 한가득 내려앉아 한편으로는 포근한 것 같아. 그래서 가끔 자전거를 타고 내가 산책했던, 혹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네가 좋아하는 맥주 한잔을 하며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는지 서로 웃음 짓는 걸 보고 있어. 너와 함께 한 그 시간도 이러한 온도의 날씨에 누군가가 우리를 봤을 때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느낄까 의문이 들면서 문득 너와의 이야기가 기억 속으로 그려지더라. 그만큼 후회하지만 좋아했던 너의 모습을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 같아 무척 아쉬워.


난 지금까지도, 그리고 한동안 너와 함께 했던 그 거리나 장소들을 못 가고 있고, 못 갈 것 같아. 너와 자주 보던 홍대, 연남, 신촌은 나의 약속장소에서 이제는 늘 배제되었고, 한 번이라도 들렸던 기억 속 장소는 내가 피하고 있는 것 같아. 그곳에 가다 보면 혹시나 널 만날까라는 기대도 있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의 나의 모습과 너와의 시간 안에서 그 장소들이 나에게 아직은 아프기보다는 후회가 많이 되는 그러한 장소이기 때문에 피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 같아. 그저 그렇게 그때의 좋은 기억 속 장소로만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있나 봐.


기억이라는 게 정말 무섭다고 최근 들어 느껴. 

너와 함께 하면서 보냈던 그 시간 속 사랑들은 나도 진심이었고, 너도 진심이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난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진심인 사랑이 정말 아름답고 예쁘더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 아름답고 예쁜 것들도 얽히고설키니깐 원래 그 예쁜 모양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알 수 없게 나중에는 그게 무슨 사랑의 기억이었는지 모르게 되어 버리더라고. 그게 안심이고, 당연함이라는 것으로 표현이 되었던 것 같아. 그저 노력하는 것만이 아닌 늘 마음속에 처음을 기억하고 있어야 함에도 그저 이제는 안심이 되어서 그래서 나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싫어하는 행동을 피하려고 했던 그때의 기억들이 널 처음 좋아해라는 말로 시작된 이쁜 기억을 흐리게 만들었던 것 같아.


어제도 이뻤을 거고, 오늘도 이쁘고, 내일도 이쁠 것 같은 너에게 나의 거짓말이 너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아직도 이렇게 후회하고, 너라는 사람을 놓친 것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나를 용서해주지 않을까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있어.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 감히 내가 너에게 다시금 편치 처음에 썼던 안부를 직접 나의 목소리로 너에게 하는 그날이. 난 아직 용기가 나지 않고, 내가 가진 마지막 기회라는 동전이 정말로 가지고 있는지 몰라. 이렇게 네가 보지도 못하는 혼자만의 독백의 편지를 쓰고 있게 되네.


사실.... 난 많이 네가 보고 싶어.

이렇게나마 내가 지금껏 무엇을 잘못했는지 혹은 그 순간을 피하기 위해 그때는 당연시했던 거짓말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깨달아 나가면서 기회라는 게 있다면 다시금 잡고 싶은 마음뿐이네.


다음이 곧 오겠지만, 그렇게 시간이 흘러 너에게 이 편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며...

See you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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