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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Oct 20. 2024

꺾인 삶, 영원한 음악

Love Is a Losing Game - Amy Winehouse


'27클럽'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27살에 생을 마감한 대중음악 뮤지션들을 주로 가리킨다. 여기엔 통상 브라이언 존스(롤링 스톤스),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도어스), 커트 코베인(너바나)이 들어간다. 그리고 2011년에 이 클럽에 이름을 올린 또 한 명. 바로 에이미 와인하우스다.


9년 전,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봤다. 제목은 '에이미(Amy)'. 1500만 장 이상이 팔린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천재 소리를 듣다 요절한 비운의 뮤지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생전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메탈리카의 제임스 헷필드는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안타까웠던 나머지 '불꽃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Moth Into Flame)'이라는 곡까지 만들어 에이미를 추모했다. "명예는 살인자야 / 널 파멸로 이끌지"라는 노래 가사가 보여주듯 영화 '에이미'는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죽음에 이르는 와인하우스의 삶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처럼 보여주었다. 불꽃 속에서 타버린 나방은 결국 에이미였던 것이다.


생전 에이미 곁엔 남자 한 명이 있었다. 블레이크 필더 시빌. 블레이크는 재즈와 힙합을 좋아했던 에이미가 자신의 음악 취향을 그러담은 데뷔작 'Frank'를 발매한 뒤 그녀 앞에 나타났다. 에이미는 블레이크를 사랑했지만 블레이크는 약에 찌들어 살던 인간이었다. 약은 결국 에이미까지 삼키고 말았고 블레이크는 그런 에이미를 둔 채 옛 여자친구에게 돌아가고 만다. 사랑했던 남자에게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여긴 에이미는 지옥 같은 외로움과 섭식장애, 약물 중독이라는 삼중고를 앓으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음악 재능은 그에게 한 번 더 일어설 기회를 주었다. 'Love Is a Losing Game'이 수록된 2집 'Back to Black'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그녀는 내가 들어본 최고 재즈 싱어 중 한 명이다. 내게 그녀는 엘라 피츠제럴드나 빌리 할리데이와 동급이었다. 완벽한 재능이다


영화 '에이미'에서 원로 재즈 싱어 토니 베넷은 와인하우스의 재능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래미 어워드 5관왕에 오른 'Back to Black'은 그 평가의 근거였다. 이 작품은 자신을 떠난 블레이크에게 보낸 원망이자 용서였고, 피폐해져가는 자신을 향한 슬픈 자조이기도 했다. 이후 블레이크는 다시 에이미 곁으로 돌아와 남편이 됐지만 에이미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만다. 그때 에이미는 블레이크를 버려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Back To Black'은 결국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생전에 발매한 마지막 앨범이 되고 만다.


'Love Is a Losing Game'은 영국 프로듀서 마크 론슨이 편곡했다. 언뜻 단순한 곡 구성 때문에 편곡도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오산이다. 마크는 에이미의 나른한 보컬과 호머(Homer Steinweiss, 드럼)의 명징한 비트가 양축으로 선 이 곡을 위해 기타 두 대와 베이스, 피아노에 오케스트라와 브라스를 동원해 격조를 더했다. "헛된 싸움으로 하늘의 비웃음만 사는, 사랑은 지는 게임"이라는 에이미의 체념은 이 작품을 만들 당시 그의 마음에 얼마나 큰 구멍이 뚫려 있었는질 에둘러 들려준다. 이 쓸쓸함과 서글픔을 동경한 샘 스미스는 기꺼이 이 노래를 다시 불러 자신의 앨범에 실었다.


'Love Is a Losing Game'은 영국의 보석 조지 마이클과 미국의 천재 프린스도 좋아했던 곡이다. 마이클은 생전에 출연한 BBC 라디오4 프로그램 'Desert Island Discs'에서 밝힌 자신의 애청곡 여덟 노래 중 '단 한 곡'으로 이 곡을 꼽았다(나머지 일곱 곡은 록시 뮤직의 'Do the Strand', 날스 바클리의 'Crazy',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펫 샵 보이스의 'Being Boring', 골드프랩의 'Paper Bag', 칸예 웨스트의 'Gold Digger', 그리고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Going to a Town'이다.) 그리고 프린스는 2007년 자신의 런던 투어 마지막 공연에서 아예 에이미와 함께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이젠 모두 고인이 된 세 사람. 삶은 비록 꺾이지만 음악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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