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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길 colour Oct 28. 2022

Local_09_세월호피해상담소 제주마음치유센터







잊혀지지 않는 삶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   



세월호 생존자, 미치도록 살고 싶다  

세월호피해상담소 제주마음치유센터는 2015년에 문을 열고, 세월호 생존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심리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생존자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심리적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생계의 문제로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으나 원래 자신의 직업에 복귀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직업재활이 필요한 이들도 다수이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의 기억을 되새김질하며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생존자에 대한 시선은 따뜻하지 않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에 대한 루머와 왜곡으로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생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겼다. 

살아남았다는 것조차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할 때가 많았던 생존자들이 원했던 것은 이전과 같은 일상, 이전과 같은 평범함, 이전과 같은 따뜻한 관계였다. 그렇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넘어가지 않는 밥을 겨우 씹어 삼키고, 재연되는 공포의 기억에 마주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지금 상태에 집중하며, 그저 하루하루에 성실함을 다했다. 그저 그뿐이었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살아남은 자들의 기록이 선보여졌다.  

2016년 처음 이루어졌던 전시는 ‘소통공감마음’을 주제로 하였다.

그날의 기억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분노, 불안, 우울증 등의 심리적 통증과 신체적 문제를 겪었던 생존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전시였다. 


2016년에서 2019년 전시 주제  ⓒ이경아



2017년 ‘미치도록 살고 싶다’, 2018년 ‘다시-삶’, 2019년 ‘일상으로’의 전시는 어렵게 나선 회복의 여정을 생존자들이 어떻게 일궈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그들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두려움이었으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제주의 거센 바람에 요동치는 모든 것들이 그들의 일상을 짓눌렀을 것이며, 사람 역시 두려움 또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 당연하다. 살아남은 자의 상처를 돈의 무게로 저울질하거나 트라우마를 시험하는 대상쯤으로 여기는 경험이 다반사였고, 이로 인해 들쑤셔지는 마음의 상처가 일상을 파고드는 날이 늘어 잠들지 못하는 밤이 몇 날 며칠 계속되었을 것이 짐작된다. 

2019년 ‘일상으로’의 전시에서 생존자들은 이야기한다. 



“언제면 ‘세월호’라는 말을 들어도 마음이 파도치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품었습니다.“

                                               2019년 전시 안내 발췌  ⓒ이경아

   



함께하는 이들의 손을 붙들고 삶을 지탱했던 것이 전부였던 그들이 원했던 간절한 마음은 무엇이었을지 헤아려본다. 

그것은 잊혀지지 않는 것, 기록하고 기억되는 삶이다.

그날을 기억함으로써,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회복'이라는 여정에 나섰지만 언제쯤 편안히 잠들 수 있을지, 언제쯤 사람을 만나 제대로 된 눈인사를 나눌 수 있을지, 언제쯤 아름다운 제주바다가 공포가 아닌 희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기약 없는 날을 낱낱이 기록함으로써 같은 슬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생존자들의 바람이 전시 과정 곳곳에 담겨있다. 



 

2019년 전시  ⓒ이경아

     



2020년 ‘일상의 회복’, 2021년 ‘일상을 그리다’의 전시는 붓과 흙에서 치유받으며, 상처를 품고 삶을 보듬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다. 생존자들은 그들의 상처를 부정하거나 마냥 극복하려 들지 않는다. 상처는 이미 생존자들의 일부이며, 한 해도 거르지 않는 전시를 통해 잊고 있을 누군가에게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저 미치도록 살고 싶고, 다시 또 살고 싶고, 일상으로 돌아가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진 생존자들이 그날의 기억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음을 나지막이 읊어낸다.

소망하는 마음과 몸의 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그들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다시 기억하고 기록한다. 그렇게 6년여간의 소망이 여물어가며 그들은 새로운 꿈을 꾼다. 




2021년 전시  ⓒ마음치유센터

  



2022년 올해에 이르러 생존자들은 또 다른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넘어서 우리의 ‘안부’를 물어온다.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넉넉한 마음인지 스스로를 살피고 돌보도록 마음으로 격려한다.




2022년 전시 ⓒ마음치유센터

  



‘안부’에 응답하자




제주마음치유센터의 주요 사업은 세월호 사고 생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를 지원하고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 유관기관과의 연계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생존자들이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복귀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생존자들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효과적인 치유의 방법 중 하나가 ‘의미있는 타인의 공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2022년 전시에서 그들이 내미는 ‘안부’는 ‘코로나-19’와 ‘단절’이라는 사고를 겪어내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다. 마음의 치유가 서로를 보듬고 성장시킨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오는 ‘안부’ 전시회에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글·사진 : 이경아 (공익활동기자단)  | [자료 협조] 세월호피해상담소 제주마음치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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