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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Nov 10. 2023

낭만 물류 센터 : 4. 따뜻한 사람들

4.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 : 세상 어디에도 없을 따뜻한 사람들

"이거 드세요~"

"아유 참~ 또 뭘 이런 걸~ 너도 먹어~"

출근을 하면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간식을 나눈다. 보통 남자분들보다는 포장 아주머니들이 특히 간식을 많이 싸 오신다. 내가 일하는 물류센터의 사람들은 아침마다 조그만 꾸러미를 들고 온다. 나도 그중 하나다. 전날 내일 사람들과 나눌 간식을 챙기는 게 나의 일과 중 하나다. 아침마다 웃으며 친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가 이 힘든 물류센터에서의 오늘 하루를 힘차게 잘 보내기를 응원한다. 나는 내가 이전에 다녔던 그 어떤 조직에서도 매일 아침 이렇게 서로의 간식을 챙겨주는 배려를 목격하거나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 초콜릿과 작은 과자, 사탕을 서로 나누는 매일 아침이 나를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만든다. 일은 지루하고 힘들지언정, 간식을 나누며 나는 서로를 격려하는 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 속에서 나 자신이 이 하루를 보내게 된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쁘다. 내가 이렇게 따숩고 정 많은 사람들 속에 머물며 일한다는 것, 그게 내가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이자 나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


어느 날 나는 너무나 우울했다. 나와 친한 사람들이 나를 떠날 것 같은 두려움(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 나의 착각이었다), 내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 이유 없는 우울로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그때, 꽤 오랫동안 싱귤에서 일하며 얼굴은 보아왔지만 그다지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었던, 잘 모르던 고정 단기 아주머니 한분이 나에게 다가왔다.

"어머, 얘야, 너 왜 우니? 아이고, 많이 힘들었어?"

그 아주머니는 생면부지의 남인 나를 품에 안고 달래주셨다.

"무슨 일이니? 많이 아프니? 힘내 아가야. 내일도 나오니? 그만두지 말고 힘내서 꼭 와야 해~"

나는 낯선 아줌마의 품에서 나이를 서른이나 먹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아줌마는 내가 울음이 그치자 내 손에 간식을 쥐어주고 가셨다. 나는 이때껏 살아오면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그렇게 따스한 위로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그 아주머니의 위로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분은 그 뒤로도 내가 힘들어 보일 때면 몇 번이고 격려를 해주시고 매일 떡을 한 아름 가져와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신다. 나는 그 소녀 같은 따스함과 꽃과 나비 같은 친절함을 가진 아주머니 덕에 세상의 따스함을 물류센터에서 경험했다.


하루는 몸이 너무 아팠다. 도저히 오후 시간 내내 서서 일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조퇴를 하겠다고 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물류센터를 아주 오래 다니신 계약직 아저씨가 오셔서 나를 보시더니 관리자 테이블과 두루마리 휴지를 가리키며 말하셨다.

"아파? 아이고, 얼른 여기 누워! 이거 베개로 베고~!"

정말 너무 아팠는데 아저씨 사원님의 농담에 아픈데도 웃음이 났다. 힘든 걸 알고 웃겨주시려는 배려에 나는 참 좋은 사람들 속에 있구나 하고 느꼈다.

 어느 날은 내가 친한 친구와 문제가 생겨 속상한 날이 있었다. 쉬는 시간, 다른 친한 아저씨와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이야기를 하며 앉아있었지만 마음은 정말 너무 아팠다. 그날도 그 키다리 아저씨는 말없이 나에게 오더니

"너, 손 줘봐."

하고는 향기로운 핸드크림을 한 아름 짜주고 가셨다. 핸드크림을 너무 많이 주고 가셔서 다들 빵 터져서 웃었고 향기로운 향에 잠시나마 웃으며 속상함을 잊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집품을 하다가 만날 때면 그 아저씨는 농담을 매번 건넸고, 덕분에 깔깔 웃으며 즐겁게 힘을 내서 일할 수 있었다. 내가 있는 이 물류센터에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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