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물류 센터 : 6. 건강해지는 나
6.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 : 건강해지는 나
새벽녘, 차갑고 상쾌한 공기속으로 출근을 한다.
처음에는 새벽 6시 셔틀을 어떻게 꾸준히 타지? 하고 걱정했는데, 처음에만 힘들었지, 일을 하다보니 생체리듬이 일하는 시간에 맞춰져서 점차 어렵지 않게 되었다. 어느 사이 저절로 새벽에 일어나게 되곤 했다.
새벽에 일을 나가니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거리를 치우는 청소 아저씨들, 운동하는 사람들, 강아지 산책 시키는 아저씨들, 잰 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아주머니들 등등, 세상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고, 나도 저 사람들처럼 열심히 살아가야 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다.
새벽은 고요하고 내가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대학원과 물류센터 일을 병행하고 있다. 때문에 눈이 저절로 일찍 떠지는 김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한 시간쯤 공부를 하고 출근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니 훨씬 집중도 잘되고 나만의 시간을 누리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점도 기분이 좋았다.
대신 새벽부터 일어나고 낮에는 육체노동을 하다보니 저녁때는 굉장히 일찍 자게 된다. 늦게까지 안 자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너무 피곤하다. 때문에 저절로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아주 건강한 생활습관이 몸에 배이게 되었다. 예전 직장을 다닐 때 나는 불면증이 있었다. 잠들려고 누우면 오늘 있었던 고통과 내일 다가올 일에 대한 걱정이 나의 밤을 괴롭혔고 저절로 다음 아침도 구겨졌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물류센터를 오게 되니 밤이면 몸의 피로에 잠이 쏟아졌다. 이전에 비하면 정신적 고통도 덜 했기에 나의 하루를 구겨버릴 걱정들도 없었고, 몸에 국한된 건강한 피로는 나를 아무 생각 없는 잠 속으로 쉽게 떨어트렸다. 덕분에 수면의 질도 아주 좋아졌다. 말 그대로 걱정없이 푹 자는 잠을 몇년만에 자고 있다.
내일 걱정없이 편안히 잠드는 평안한 밤, 이것도 내가 물류센터를 다니며 얻게 된 소중한 것이다. 아무래도 점점 더 내가 노가다가 체질인가 하는 우스꽝스런 의구심까지 든다.
"어머? 아가씨 살 빠졌다야~"
"네? 정말요?'
새벽에 출근하는 길에 같이 셔틀을 타는 아주머니가 말을 건넸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오늘 아침 바지를 입을 때도 바지가 헐렁해져서 벨트를 사야겠다 했었다. 포장 일을 하면서 내 인생에서 최고로 얇은 손목을 갖게 되기도 했다. 불필요한 살이 쭉쭉 빠지는 것도 물류센터 일의 장점이다. 물류센터를 오래 다닌 사람치고 뚱뚱한 사람이 별로 없다. 물류센터는 적응만 한다면 사람을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건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