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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Sep 28. 2017

06 드래곤스 백 & 빅토리아 하버

세계일주 5일차 : 중국, 홍콩마카오 2일차

중국

홍콩마카오

2일차


홍콩 일정의 마지막 날, 홍콩 하면 빽빽한 도심만 생각나지만 의외로 유명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몇 년 전 아시아에서 걸어봐야 할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뽑혔다는 홍콩의 '드래곤스 백(Dragon's Back)'. 능선을 따라 이어져있는 트레킹 코스가 용의 등처럼 오르내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트레킹 난도가 높지 않아서 트레킹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트레킹이 홍콩과 어울리지 않아서, 또는 잘 몰라서 그런지 우리가 걷는 중에 한국인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산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드래곤스 백의 시작을 알리는 간판을 볼 수 있다. 이때부터 높은 나무가 하나도 없어서 능선 좌우로 보이는 바다와 해변들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걷는 게 드래곤스 백 트레킹의 포인트인데, 뭔가 문제가 생겼다.

이게 무슨 일인지, 바람이 너무나도 세게 불어닥치는 게 아닌가. 마치 전날 빅토리아 피크에서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아직 낮이라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서 칼바람이 차갑지는 않았지만 바람의 힘은 어제보다 몇 배는 더 강한 것 같았다. 정말 몸을 몇 도는 기울여서 걸었는데 과장하지 않고 날아가는 줄 알았다. 한 번은 모자가 날아가 버렸는데 뒤의 나무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영원히 안녕할 뻔했다. 풍경은 너무 아름답고 트레킹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우리를 힘들게 한 여정이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다음에는 이런 바람 정말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트레킹의 막바지 즈음, 셱오 비치로 내려가는 길을 잠깐 헤맨 후 버스를 타고 셱오 비치로 내려갔다. 산 능선에서의 폭풍 같은 트레킹이 언제 있었냐는 듯 평온한 해변이었다. 시간이 허락했다면 셱오비치에 앉아서 하루 종일 바다를 보며 명상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홍콩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시간에 좇기는 일정이었다. 아름다운 해변을 눈에 담고 근처의 현지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다시 센트럴로 돌아왔다.


바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 잔으로 휴식을 취한 뒤 빅토리아 하버로 넘어갈 준비를 했다. 간단하게 지하철로 넘어갈 수 있기는 하지만 마지막인 만큼 페리를 타고 넘어가면서 홍콩의 야경을 좀 더 감상하기로 했다. 홍콩도 상하이처럼 건물들에 조명을 화려하게 달기 때문에 야경이 굉장히 멋있는데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본 모습과는 또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구룡반도의 하버시티에서 유명한 식당인 크리스털 제이드에서 식사를 하고 어둠이 내려앉은 홍콩섬의 야경을 바라봤다. 한강만치나 멀게 느껴지는 거리였지만 건물들이 어찌나 높은지 정말 가깝게 느껴지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예전에 상하이에 살면서 화려한 야경은 정말 다 봤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홍콩의 야경은 또 다른 화려함과 멋이 있었다. 누군가는 유럽의 야경을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유럽까지 다녀온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이번 여행에서의 야경을 홍콩을 따라갈 자가 없다. 아름다운 홍콩의 야경과 함께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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