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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Sep 29. 2017

08 마카오 : 포르투칼과 라스베가스의 조화

세계일주 7일차 : 중국, 홍콩마카오 4일차

중국

홍콩마카오

4일차


마카오에서의 둘째 날, 여행의 첫 단계였던 중화권 세계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늘은 세나도 광장 기준 남쪽으로 내려가 아마 사원까지 가 보기로 했다. 그 이후는 타이파 섬의 타이파 빌리지, 콜로안 빌리지, 그리고 베네치안 호텔을 구경하는 일정이다. 어제부터 부슬부슬 내린 비 덕분인지, 햇빛이 나면서도 공기는 시원했다. 여행운이 좋지 않은 편인 나에게 가뭄 끝 단비 같은 날이었다.

<도둑들>의 포스터에 나오는 거리로 유명해진 펠리시다데 거리. 마카오의 명청시대 전통거리를 복원해놓은 곳이다

마카오는 그리 크지 않다. 지도로 보면 멀어 보이면서도 실제 거리를 계산해 보면 광장에서 아마 사원까지 1킬로를 넘을까 말까 한 거리다. 영화 도둑들 촬영지 중 하나인 펠리시다데 거리를 통과해서 포르투갈 역사 지구 방향으로 걷다 보면 포르투갈의 흔적들을 많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건 19세기 지배 당시에 지어진 교회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과 아직도 예배당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성 어고스틴 성당
Ho Tung Library Building

교회들 중 성 로렌스 성당 안으로 들어가 봤다.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예배당의 내부는 절로 경건해지는 분위기였다. 성 어거스틴 성당 옆에 있는 돔 페드로 5세 극장은 여전히 공연을 위해 쓰이는 듯 사람들이 분주하게 드나들며 뭔가를 열심히 나르고 있었다. 여전히 그 탄생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 건물들을 보며 생명이 느껴지는 것이 좋았다.

성 로렌조 성당
돔 페드로 5세 극장

펜하 성당은 또 기억에 남는 교회였는데 다른 교회들과 다르게 첨탑이 하나 밖에 없었다.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서 마카오를 내려다보기 가장 좋은 장소였다. 내부의 예배당도 공개되어 있는데 뭔가 투박한 외관처럼 다른 교회들에 비해 굉장히 소박했지만 두꺼운 벽이 엄숙함을 뿜어내는 오묘한 곳이었다. 때마침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일주일간의 여행 피로를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풍경을 한껏 활용하려는 듯한 쪽에서는 예비부부가 결혼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펜하 성당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며 호수 근처로 내려가면 마카오 반도에서의 마지막 목적지인 아마 사원에 도착한다. 아마 사원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관음보살 등을 모시고 있는 도교사원인데 주로 모시는 신은 해양의 신이라고 한다. 이곳은 마카오라는 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사원으로 15세기 명나라 시기 때 창건됐다. 중국적인 것을 전혀 볼 수 없는 마카오에서 정말 오랜만에 볼 수 있던 동양미라서 더 반가웠다. 사원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산비탈의 큰 바위 언저리에 지어진 듯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좁은 사원이 조용히 불타내리는 향냄새로 가득 찼다. 다양한 지역의 중국 사찰들을 방문해 봤지만 경내의 형태가 특이해서 그런지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뭔가 좀 미니어처 같은 기분이랄까.

아마 사원

버스를 타고 타이파 빌리지로 갔다. 이곳 역시 포르투갈식 건물들이 몰려있는 거리인데 뭔가 느낌은 인사동이었다. 구경하는 건 슬슬하면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매커니즈 식당인 오 산토스를 찾았다. 가격은 오문 식당보다 조금 비싼 정도였고 소고기와 새우 카레의 만족도는 역시 상상상. 매커니즈 식사가 생각보다 입맛에 너무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 가격이 비싸다, 비싸다 하지만 사실 서울에서 이런 요리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다. 기분 좋은 점심을 해결한 우리는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Lord Stows Bakery 가 있는 콜로안 빌리지로 향했다.

타이파 빌리지


오 문 카페

콜로안 빌리지도 포르투갈식 마을로 유명하지만 여기가 타이파보다는 좀 더 진짜 마을 같았다. 타이파 섬의 남쪽 밑에 있어서 관광객으로 붐비지도 않아 조용한 어촌마을의 느낌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콜로안 빌리지의 초입에서 버스를 내리면 Lord Stow's Bakery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베네치안 호텔에 입점해있는 가게를 가기 때문에 이곳 본점에서는 빠르게 에그타르트를 맛볼 수 있었다. 기본 에그타르트는 하나에 9 홍콩달러였는데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쿠키 또는 파이식의 타르트랑 다르게 페이스트리 같은 식감이었다. 게다가 홍콩에서 먹은 건 계란 비린 향이 강하게 나서 약간 취향을 타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곳의 타르트는 그런 게 전혀 없어서 굉장히 맛있었다.

조용한 분위기의 마을을 둘러본 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마지막으로 특급호텔들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나가기 위해 마을을 떠났다.
 
처음에는 그랜드 캐널 몰로 유명한 베네치안 호텔만 가려고 했는데 그 주변에 있는 호텔들에 매혹돼서 중간에 내려서 호텔들을 구경 가기로 했다. 베네치안 옆으로는 스튜디오 시티파리지엥 호텔이 붙어있었는데 진짜 각국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반영해서 지은 것이 내가 지금 중국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더 굉장했던 것은 파리지엥 호텔 앞에 있는 에펠탑 모형인데 모형치고 너무 제대로 된 크기로 만들어놔서 한참을 입을 벌리고 쳐다봤다.

베네치안 호텔과 함께 파리지엥 호텔의 내부도 정말 대단하다. 이게 특급호텔의 모습이구나 싶었다. 정말 눈 돌아가는 게, 이렇게까지 만들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밤이 되고 조명이 들어오니 그 화려함은 배가 되었다. 어둠이 내리니 마카오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내친김에 반도에서 섬으로 넘어오다가 본 그랜드 리스보아 쪽에서도 내려서 화려한 야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멀리서만 보던 그랜드 리스보아를 가까이서 보니 그 규모가 더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바로 옆에는 리스보아 카지노가 있었는데 여기서 오고 가는 돈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게임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또 쏠쏠했다. 좀 더 커 같은 게이 없었던 게 아쉬웠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슬슬 걸어서 세나도 광장에 있는 웡치키에서 늦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원래 광저우에서 시작한 웡치키는 완탕면으로 굉장히 유명한데 우리는 그냥 완탕 하나와 양조우 볶음밥을 시켜 먹었다. 결과는 역시나 대만족. 매커니즈식만 먹다가 먹으니 가격도 너무 저렴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오늘 하루를 풍성하게 보냈다는 만족감을 안고 숙소로 돌아갔다.
마카오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어서>

세나도 광장에 있는 웡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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