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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케 Oct 26. 2021

그저 최선을 다해 감당할 뿐. 그뿐

눕고 일어나다 현타 맞은 날



요즘 들어 열정 넘친다는 말을 가장 빈번히 듣는다.

정말 낯설다.


언제부터 난 열정이 넘쳤을까. 그 시점을 찾아 연어처럼 길을 되짚어 거슬러 본다.


작년 가을 딱 이 맘 때였다. 지속적으로 풀리지 않는 코로나와 그 외에 인생의 무게들은 극한의 스트레스로 몰아갔고 둑의 약한 곳이 먼저 터지듯, 꽤 안정적으로 끌고 오던 정신의 어느 한 곳도 터졌다. 큰 문제의식을 느낀 나는 인생 처음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있다 하루가 다 가네요”


변화는 아주 작게 시작했다. 이불을 정리하는데서 일과가 그칠 때도 있었고, 쓰레기통을 비우면 난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 큰 맘먹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눕고, 커튼을 달고 눕고, 가구를 정리하고 눕고, 이렇게 하고 눕고를 반복하다 어느새 하루에 하는 일들이 늘기 시작했다. 주변을 정돈하고 나니 나를 정돈하고 싶은 마음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운동도 식단도 생각만 해도 부담스러워 한약으로 3킬로를 빼고 그러다 뺀 김에 더 건강해지고 싶어 약한 의지력을 돈으로 메우겠단 생각에 PT운동을 시작하고 그러다 식단을 하게 되고, 불면증에 우울해서 걸으러 나간 새벽 공원에서 고양이를 만나 밥 주려다 아침 조깅을 시작하게 되고, 점점 앞에 해오던 일들을 하루에 눕지 않고 하는 날들이 늘어나다가 오늘의 열정이란 것으로 불리게 된 거 같다.


결국 열정도 학습된 행동 패턴의 고착화에 불과하고 그렇단 건 특별한 사람의 것만은 아니란 것이겠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가장 최악의 내가 나의 전부가 아닐 수 있고

가장 최상의 나도 내 전부가 아니다,


가장 어두운 날도,

가장 밝은 날도

그 정해진 기간이 있다.


침대에 누워만 있던 나도

한시바삐 일만 하는 나도

그저 이 기간들을

최선을 다해 감당하는 중이란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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