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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케 Mar 21. 2022

예비 전남편과 떠난 이혼여행

챕터 5 결혼사유 1

“이건 아닌 거 같아. 난 이건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어. 차라리 한국으로 가겠어.”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사랑도 체류가 될까요?’로 프랑스 수출용으로 번역하고 싶어. 영화와 현실은 다르니까. 프랑스의 행정은 담당 행정구역과 담당 행정관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맞이하지. 2018년 나는 너와 계속 프랑스에 있기 위해 Pacs 배우자 체류증으로 변경을 하려 했어. 하지만 제출해야 할 8가지의 서류 중 한 제목의 서류를 보고 당황했지.     


‘Justification d’Insertion dans la société française’

(프랑스 사회 정착 증명서)     


밑에 친구 그룹의 보증서, 가까운 지인의 증언서 (신분증 복사본 첨부), 봉사활동 증명서, 동호회 증명서, 아동 학업 활동 참가 증명서 등 1년 이내의 것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각주가 달려있었어.     

‘내가 프랑스 사회에 잘 적응했는지를 친구들과 지인에게 증언을 받아 오라고? 프랑스에서 대학교 1학년부터 한 학년 당 60학점을 이수하고 졸업하고, 회사에서 프랑스-한국의 가교 역할을 하며 행사와 전시를 기획. 홍보하는 일을 담당했는데 그걸로는 프랑스 사회에 적응한 게 아닌 건가?  

이번에도 경시청에서 체류증을 연장 못하고 또 서류 미비로 4번째 예약을 퇴짜 맞고 떠밀려 쫓겨나듯 나왔어. 먹통이기 일수인 인터넷 사이트 아니면 새벽부터 줄을 서서 다시 5번째 예약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였지. 매번 새로운 서류를 추가하라고 하는 통에 과연 이 서류들을 다 수집해서 제출하는 게 가능하긴 한건가 의문인 참에 이번에 새로 추가된 서류는 나에겐 왠지 모르게 수치스러운 기분까지 들게 했어.    

 

그러니까 저 서류는 내 프랑스 친구들에게 내가 프랑스에서 얼마나 프랑스인처럼 잘 지내고 있는지 증명서를 써 달라고 부탁 하란 말이었지. 신분증 복사본까지 첨부해서. 일단 가까운 지인의 증언으로 예비 시부모님이 그 첫 장을 써주셨어.      


‘제목: 마드모아젤 이레의 프랑스 체류 갱신을 위한 도덕적 추천서 : 루베에서 태어나 릴 대학 총장으로 일하다 은퇴한 나 Y와 그의 아내 F는 … ' 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편지는 내가 얼마나 여러 해 동안 프랑스에서 순조롭게 생활하고 있으며 이 가족과 교류를 친밀하게 지내왔는지에 대해 한 장 분량으로 쓰여있었어.

그리고 나머지 3명에게 이 편지를 더 받기를 거부하기로 결심했지.      


이건 내 자존심의 문제였어. 내가 사회부적응자가 아니라 이 프랑스 사회에 해롭지 않은 존재인지 프랑스인 지인들로부터 평가를 받으란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어. 내가 이 사회에 제발 남게 해달라고. 착하게 지낼 테니 받아 달라고 구걸하는 기분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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