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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Oct 12. 2021

작가되기#40 엄마를 위한 그림 선물

보태니컬아트 '노란 소국과 나비'

서른일곱 번째 동네 꽃의 주인공을 고민하던 중에 가을꽃 국화, 그리고 그중에 한동안 그리지 않았던 노란색 꽃을 그리기로 결심하고 사진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찍은 사진들을 열심히 뒤져보던 중에 나비가 꽃에 살포시 앉아있는 노란 소국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노란 소국과 나비. 2012.10.7. 한택식물원에서 촬영


이 사진을 보면서 엄마가 그린 그림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과 나비가 등장하는 그림!

블로그에 올려서 자랑도 했던 엄마의 창작 그림들 (작년부터 생전 처음 그림을 그려보신 88세 엄마의 그림 솜씨입니다.)


그래서 이번 그림은 처음부터 엄마를 위한 그림으로 정하고 작업을 했다. 동네꽃은 다음으로 미루고..

노란 소국 그리는 중. 2021.10.6.


예전에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노란색은 흰색과 마찬가지로 흰색 종이 위에서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표현이 쉽지 않다. 그리고 특히 노란 색연필은 안료의 특성상 회색이 자연스럽게 섞여 올라가지 않으므로 회색으로 먼저 음영을 표현한 후 그 위에 노란색을 올리는 게 좋다. 그리고 노란 꽃잎의 테두리는 좀 더 진한 노란색이나 회색으로 연하게 그려주면 훨씬 그림이 선명해보인다.

회색으로 먼저 음영을 표현한 후 노란색을 그 위에 올리면 색이 좀 더 잘 섞이고 자연스럽다.


보태니컬 아트를 처음 시작할 때는 모작을 그려놓고 잘 그렸다고 우쭐대며 멋 모르고 선물한 그림이 몇 개 있다. 하지만 창작을 하고부터는 누군가에게 내 그림을 선물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누가 사겠다고 한다면 그 사람이 내 그림의 가치를 인정해준 것이니 괜찮지만,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 그림을 선물로 안기는 행위는 내키지 않는다. 부끄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받는 사람에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선물 받은 후 구석에 처박아두는 등)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꽃과 나비 그림은 그런 걱정 없이 엄마에게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과 나비를 그린 그림이고 내가 직접 엄마집에 가서 적절한 자리에 세팅해드릴 예정이니 말이다. 엄마 집에는 자주 가니까 갈 때마다 액자의 먼지도 닦아드리고 어디 구석에 처박혀있지는 않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하하하

엄마에게 선물 예정인 그림 '노란 소국과 나비' 액자 컷!


그냥, 여담으로.. 그간의 휴대폰 사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위의 나비 사진 오래전에 남편이 큰맘 먹고 내게 생일 선물로 사준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그런데 실용적인 휴대폰 카메라를 즐겨 쓰는 바람에 결국은 남편과의 동의 하에 중고거래로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됐다. 앞으로는 아까워서 내돈내산 카메라는 갖기 힘들 것 같아서 조금 후회가 된다. ㅠ.ㅠ


참, 그림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글을 끝내야죠. 처음 그려보는 나비도 꽃 못지않게 즐거운 작업이었다. 다음엔 '새' 그림도 도전하고프다.

노란 소국과 나비. 2021.10.10. by 까실 (200 X 255mm, 종이에 색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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