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배크만, 『베어타운』
그녀가 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지 몰라도 직선적이고 논리적이다. 부모 노릇은 절대 그렇지가 않다. 직장에서는 모든 걸 제대로 하면 일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데 엄마 노릇에서는 온 우주의 모든 걸 백 퍼센트 올바르게 해도 소용없다. 그래도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하키가 이 아이들에게 그런 선수가 되길 원한다. 그런 선수가 되길 요구한다. 코치는 빙판 위의 근접전에서 몸을 사리지 말라고 가르친다. 로커룸을 나서는 순간 그런 태도를 어떤 식으로 바꾸면 좋을지 고민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편이 훨씬 쉽다. 너무 어리다고. 너무 예쁘다고. 너무 쉽게 상처를 받는다고. 선생님 대접을 해주기가 너무 어렵다고.
인간은 군집의 동물이라는 발상이 워낙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우리들 대다수가 단체 생활에 젬병이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우리들 대다수가 협동을 모르고, 이기적이며, 무엇보다도 남들이 싫어하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되뇐다. '나는 훌륭한 팀 플레이어'라고. 거기에 따르는 대가는 치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서 스스로 그렇게 믿을 때까지 계속 되뇐다.
그는 오늘 열여섯 살이 되었고 평생 놀림과 따돌림에 시달렸다. 모든 면에서 그랬다. 외모, 생각, 말투, 집 주소. 모든 곳에서 그랬다. 학교에서, 로커룸에서, 온라인에서. 그러면 결국에는 인간이 마모된다. 주변 사람들은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거니 생각하기 때문에 잘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그런 건 절대 익숙해질 수가 없다. 끊임없이 불길처럼 이글거린다. 도화선의 길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당사자도 모를 뿐이다.
가끔 우연히 집어든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되는 행운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경우다. '팀을 먼저 생각하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팀에 끼지 못한 이들에게는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단호하고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만 바닥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깔려 있다. 현실은 잔인하지만 그를 대하는 사람들은 잔인하지 않아서 좋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