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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원선 Feb 14. 2019

요가일기 01

그렇게 사는 건 행복이 아니에요

수리야 나마스카라. 태양 경배 자세다. 요가원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머릿속에 바로 시퀀스가 떠오를 그 자세 말이다. 아쉬탕가는 이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몇 차례 반복하며 수업을 시작하고, 빈야사 때도 등장하는 자세다. 많은 아사나 중에서 나는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가장 사랑한다. 순전히 나의 호흡과 다음에 이어질 동작에만 집중하다보면 자연히 잡생각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짝 더워져 붕 뜬 듯 하면서도 몸이 풀어진 기분, 그 이후의 아사나도 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느낌은 덤이다.


수리야 나마스카라. A와 B가 있는데 아쉬탕가는 A와 B를 보통 각각 5회 정도씩 반복한 후 다음 아사나에 들어간다. 수련하러 가지 않는 날에는 집에서라도 꼭 하려고 한다.


나는 원래 지독히도 운동을 싫어했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이 된 건 출산 후 복직을 한 달 여 앞뒀을 때부터다. 회사에 다시 나가야하는데 거울에 비친 몸뚱이는 형편없기 이를 데 없었다. ‘남의 이목에 지나치게 신경 쓰기’ 중증 환자인 나는 곧바로 식단 조절과 홈트레이닝에 돌입했다. 다행히 원하던 대로 날씬한 몸과 예쁜 옷을 입고 복직할 수 있었지만 강박증을 얻었다.


그로부터 지난 2년여 동안 나는 내 몸을 갉아먹으며 운동했다. 내 근육과 정신을 살찌우는 건강한 운동이 아니라 하면 할수록 내 자신이 소모되는 것 같은 운동 말이다. 하루라도 운동을 나가지 못하면 불쑥 우울해졌다. 운동하러 가기 위해서 회사 선배의 같이 밥 먹자는 말에 다른 약속이 있다고 둘러대기도 했다(인터넷을 뒤적여보니 이 정도면 중증 운동 강박이더라). 단 30분이라도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운동하러 달려갈 생각부터 했다. 먹는 것도 전혀 즐기지 못했다. 음식을 집으면 머릿속에서 칼로리표와 영양성분표가 떠다녔다.


지난해 말, 체중이 38kg까지 빠졌지만 여전히 운동을 주 7일 하러가는 짓을 이제 그만 멈춰야겠다고 생각하고 헬스장부터 당장 끊어버렸다. 이제 좀 다른 방식으로 나를 아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회사 근처의 요가원에 등록했다.



이제 좀 있으면 요가원에 다닌 지 딱 두 달이 된다. 요가에 대한 내 감정을 이렇게 글로 옮기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요가를 하는 시간이 즐겁다. 요가원에 들어서면 맡을 수 있는 향기, 흰 벽에 비치는 작은 햇살 조각, 살짝 춥다 싶게 느껴지는 공기 모두 좋다. 아직 나의 아사나는 뻣뻣하고 형편없으며, 수업시간 중에 잘 되지 않는 아사나를 낑낑거리며 하다보면 너무 아프기도 하고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으니 ‘대체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하면서 울컥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수련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서 그 때의 고통을 다시 떠올리면, 그저 좋다. 수련할 때는 그렇게 도망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또 수련하러 가고 싶다. 몸을 쭉쭉 늘리고 비틀면서 느껴지는 통증을 다시 느끼고 싶어지는 것이다.


몸은 참 정직해서 과거에 강박적으로 운동과 식단을 관리하던 때보다 군살이 조금 늘었다. 하지만 초조해하지 않기로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런 식으로 사는 건 결코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행복은 그런 틈에 찾아오는 것 같다. 요가하는 나는 분명 하루하루 더 멋진 존재가 될 것이다. 설령 멋지지 않으면 어떤가. 오직 내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만지며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요가와 서로 오래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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