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한강을 읽었나
커트코베인애인과 처음 만난 것은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당시 나는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해 보겠다는 열망과 설렘에 가득 차 있었다. 세 사람 모두가 함께 만나게 된 것은 조촐하고도 지독한 술자리를 몇 번 완료한 후였다.
시기상 바빴던 폭풍벤야민의 부재로 그에 대한 꽤나 부당한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본 벤야민은 부드러운 말씨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리고 다시한번, 우리가 함께 글을 써볼 잡지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그 이후로도 몇 번의 지독한 술자리를 겪은 후였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세계문학을 주로 고수하던 우리에게 꽤나 예외적인 일이었는데, 그것은 '재밌다'고 칭찬하던 커트애인의 말과, 2021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수많은 언론사의 찬사 덕이었다.
선생님들 (커트애인과 벤야민)의 무한한 무관심에 힘입어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던 그때, 나에게는 때마침 평소보다 시간이 조금 더 주어졌고 짧지만 강렬한 두세 달여 동안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꽤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시간이었다.
"한강은 왜 하필 눈과 새를 사용했을까요? 너무도 가볍고 날아가 버리기 쉬운 존재들이라, 그러한 가벼운 존재들에 대한 무거운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상업작가로서의 성공요소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한 것 같아요. 거의 유희열이에요" 나는 가볍게 운을 떼었다.
"저는 이게 콜라주 같다고 생각해요. 여럿의 역사가 콜라주 형식으로 엮여 개인 역사 속에 스며있잖아, 장면 전환도 마찬가지고" 폭풍벤야민이 말했다.
"아니~ 콜라주 얘기 좀 그만해. 근데 그거 어떻게 하지 콜라쥬 형식으로... 근데 이거 술 괜찮다. 우리, 주정강화 먹으러 갈래?" 커트애인이 말했다.
한강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둘은 뭔가 의견 차이가 있던 듯했다.
"저는 작가가 사용하는 그 명민한 구성이,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을 은연중에 녹이고 있으면서도 철저히 계산된 치열함이 마음에 들었어요."
"아 정말요? 한강은 근데 자기 유니버스가 있는 거 같아여 단편 '작별'에서도 눈 이야기가 계속 나오더라구여."
"그거 되게 폭력적이다..." 폭풍벤야민이 알 수 없는 말로 끼어들었다.
이쯤 되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그것은 대화 내용 때문이 아니라 나의 혈중 알콜 농도가 면허 취소까지 차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21년 연말과 2022년 연초, 눈보라에 휘어감긴 소설을 읽어서 일까 겨울의 거리는 춥지만 포근했다.
그리고 우린 아직 한강 잡지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실제 대화 내용과 상이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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