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 알랩
‘세상은 환(幻)이고,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입니다’
‘아니에요 아르고스 견주님~! 강조되고 반복되는 서사는 강아지를 불안하게 해요~!!’
‘뭐야 이 자식, 내 도서관에서 당장 나가!!’
스토리텔링이란 생존이며 삶의 논리입니다. 반대하시는 분? 당장 내 도서관에서 나가세요!* 어쨌든 그래서 반드시 텍스트일 이유는 없죠. 그저 보여 주기일 뿐인데, 그것은 바로 보르헤스의 글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실명(失明)에 강요당한 퇴고 속에서 말입니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만난 한 쌍의 사자는 좀처럼 즉시 전투에 뛰어들지 않습니다. 아니, 그것들은 먼저 가슴을 크게 부풀리고, 포효하며, 송곳니를 드러내죠. 세상의 질서는 이처럼 현실 세계의 진짜 싸움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러한 포효하는 ‘신호(보여주기)’ 속에 있습니다.
그로부터 한참 후. 자유주의 경제체제의 가장 큰 성과는 폭력으로부터의 해방이었으나, 세계를 ‘하나의 정밀한 보상 제도로서’ 보는 이해 방식은 우리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사가 우리의 마음에 두려움의 병을 심은 것이죠. 유용한 환상으로서 거짓의 병마를 말입니다.
서사가 들끓는 시대에 저는 서사에 대한 모든 믿음을 잃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래서 서사는 강아지를 불안하게 한다고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서사의 피해자를 구출하고 싶었습니다. 이토록 나의 마음을 빼앗고 내장을 들춰내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 삶이 서사일 리가 없다고 말이죠.
그러나, 도깨비로서의 서사는 아직 믿을 만하지 않은가. 조금은 마음이 기울어 버렸습니다. 나의 내장을 들추지 않는 서사, 매번 ‘힝! 속았지?’라고만 속삭이는 서사. 허나 그러면서도, 아직 저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결핍의 탐색> 안에 저를 가두고 싶어졌습니다. 젊은 시절 보르헤스가 그러했고, 안타까워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원래, 결핍을 인지해야만 창조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것은 '두려워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작품도 '일시적이고 실패하기 마련인 옛 진리만을 – 사랑과 명예와 연민과 자긍심과 동정과 희생만을 –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아니라 윌리엄 포크너가 한 말입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결핍의 탐색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다음 텍시트 독서 모임은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 불태우다>입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은 이 말의 후유증이 심각했다고 수군댔다 <편집자 주>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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