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역사는 어디서 시작되고 사랑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최초 부녀 이상문학상, 맨부커상으로 우리에게 더욱 가까워진 작가 한강.
과몰입을 통해 한강 작가의 신간을 뜯어본다.
한강은 지금 어디 있는지, 우리의 역사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기억이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인지.
책을 읽고 1부를 썼지만 요리조리 뜯어보던 나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소설가는 무엇을 갈망해야 하는가?”
꿈을 서술해야 하는 작가라면 미학적으로 완벽한 문장들을 탄생시키더라도 현실 연관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작품의 목적지가 지상 속 실천에 있다면 적합하지 않은 서술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사실을 기술해야 한다면 객관을 통한 공적 역사의 기록일 텐데, 이는 역사가의 일이지 소설가의 목적이 되기는 어렵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환경들을 고려하여 타협을 찾아야 하는 공적 역사는 지금까지도 작은 것들의 희생을 객관 아래 은폐시켜왔다.
다시 살펴보아도 감정을 배제한 관찰과 느긋한 명상은 한강의 작업 아니 어쩌면 소설가들의 작업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소설가는 무엇을 갈망해야 하는가?”
소설 첫머리부터 나오는 ‘꿈’은 경하가 ‘실재’(實在)를 발견하는 계기이자 작품 전체를 감싸 안고 있는 작가의 기획이기도 하다.
닥쳐온 진실이자 언제라도 달아날 수 있는 ‘꿈’을 경하는 결코 놓치지 않는데, 먹지 못하며, 깊이 잠들지 못하는 이런 행동들이 바로 사건과 주체적 의식 사이의 긴장에서 오는 반증들이다.
즉, 경하의 ‘꿈’은 현실을 뒤흔드는데, 이를 통해 소설 속 공간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초현실적 공간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마치 의식 속에서만 있는 사건 마냥 한강은 현실의 기술 형태인 큰따옴표(“ ”)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비현실적 무대 속에서 경하 의식의 잦은 플래시백, 인선의 말, 비극 속 개인들의 증언은 이탤릭체로 강조된다. 작가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이탤릭 강조를 통해 꿈이 현실과 유리되지 않았음 확인시키는데서
그치지 않고 소설은 3가지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1) “”의 제거와 이탤릭체는 소설의 형식적 차원에서 구조와 성질이 다른 두 세계(꿈과 현실)가 일체화되는 ‘임계점’(critical point)으로 기능하며,
2) 소설의 인물적 차원 즉, 주체인 경하는 인식의 순간 속에서 ‘각성’을 이뤄낸다.
3) 그리고 일체화된 세계와 인물의 각성을 통해 독자는 무엇을 행해야 하는지 ‘실천’의 새로운 탄생 지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작가의 공간 속에서는 혼자만의 꿈처럼 가벼운 개별의 역사도,
녹아 없어져버리는 눈도, 이내 날아가버릴 것만 같던 새도,
휘발되어버리는 모든 것들이 ‘지극한 무게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 무게들이 한강의 가공할 지구력의 구심점이다.
불가능한 것에 대한 사랑이 곧 초현실이라면,
한강의 초현실은 작은 것들의 무게를 받쳐 올리는 ‘올림 사랑’이며,
작별하지 않음이며,
결국엔 작가가 독자에게까지 닿길 바랬던 ‘지극한 사랑’ 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texit #책리뷰 #폭풍벤야민 #한강 #작별하지 않음
@tex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