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휴대폰 알람을 모두 꺼놓고 얼마나 늦잠을 잘 수 있을까 하면서 잠들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선선해진 아침 버릇처럼 휴대폰 시간을 확인해 보니 평소 출근하는 시간과 다름없었다. 최근 안 좋은 습관이 생겼다. SNS 릴스를 보는 것이다. SNS도 자주 들어가는 편인데 거기에 릴스까지 빠져 버린 것이다. 휴대폰을 평소 정말 많이 보는 편인데 심각한 일이다. 그래서 어젯밤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릴스만 주야장천 보다가 잤는데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서도 멈출 줄 모르고 릴스를 보는 연휴의 아침을 맞이한다.
살고 있는 집은 주변의 도시 소음과 사람의 소리에서 지켜주지 못한다. 그래서 평일이면 도로의 차량 소음만 들어도 평일과 주말이 구분이 가능하다. 연휴의 아침을 알려주는 듯 길거리와 도로가 조용하다. 그리고 어제는 점심으로 밀면부터 생각날 정도로 더운 날씨였는데 어제보다는 선선했다. 잠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세수를 하고 강아지를 쓰다듬어주고 난 다음 태블릿과 블루투스 키보드 그리고 멀리했던 친구인 문학 책 한 권을 챙겨서 근처 무인카페로 향하기로 했다. 이렇게 연휴의 아침을 보내는 것도 출근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집 앞에 취향에 걸맞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무인카페가 하나 있다. 커피 가격도 저렴하고 공간도 관리가 잘 돼서 학생 같은 공부하는 사람들이 꽤 들리는 편이다. 최근 신메뉴로 추가된 아샷추를 결제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아샷추에 빠져있다.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닌 텀블러에 옮겨 담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책을 챙기다가 문득 들어서 텀블러도 챙겨 왔다. 텀블러도 그렇게 깨끗한 편은 아닌데 왜 챙겨 오고 싶었을까 하면서 생각도 잠깐 했다. 음료를 옮기면서 양 조절 실패로 흘러넘쳐서 주변과 텀블러를 닦느라고 손이 끈적끈적하다. 잠깐 화장실에 들러서 손을 씻으면 될 일인데 아이패드 미니와 태블릿 그리고 아샷추 한 잔으로 그저 그런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마냥 좋아서 의자에서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가끔은 이런 연휴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길거리와 도로가 고요한 순간이 찾아오고 느껴질 때다. 세상은 점점 세련되어 가지만 우리는 모두 분주하고 바쁘다. 당장 오늘 해야 할 일, 내일의 계획,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로 여유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연달아 쉬는 연휴가 반갑다. 잃어버린 여유로움을 되찾기 위해 그저 그런 글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글과 기록을 남기고 누군가 이런 글을 본다는 것을 생각하며 보내는 무인카페에서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