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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모 Feb 15. 2024

국밥 한 그릇

 제작년인가 아빠가 아플 때 병원에 병문안을 가고 돌아간 날 엄마랑 둘이서 돼지국밥을 먹었다. 그 날 엄마는 돼지국밥을 먹고 굉장히 행복해 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있는지 돼지국밥 이야기만 나오면 그 기억을 잊지 않고 꺼낸다.


 정말 오랜간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했다. 동생도 집에 들린다고 해서 그런지 문득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우리 가족은 외식을 정말 하지 않는 편이다. 외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돼지국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그러자 엄마는 얼굴에 미소가 띄였고 아빠도 흔쾌히 나가자고 해서 내심 뿌듯했다.


 넷이서 함께 걸어본 적도 정말 오랜만이다. 그렇게 많이 걷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가 감격이자 기쁨으로 느껴졌다. 돼지국밥을 맛있게 먹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보니 그 자체로도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찾아왔다. 평소 지인들과 아무렇지 않게 사먹는 음식들이 우리 부모님에게는 소중한 음식이자 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아빠와 엄마의 주름이 늘어난 얼굴에 겨우 국밥 한 그릇으로 아이같은 미소가 인상 깊었다. 그 주름과 미소를 보면서 행복과 감사 그리고 받아들여야 할 과정과 순간까지도 떠올랐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 떠오르는 생각을 멀리하고 이 감사와 행복을 죽기까지 간직하기 위해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누군가에게는 겨우 국밥 한 그릇일 수 있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게는 행복과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하는 한 그릇이다. 금방 식었지만 이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참 많은 걸 얻고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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