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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Mar 03. 2018

폴란드는 영어와 담을 쌓고 살던 나라이다

우리가 훔쳐야 할 그들의 비결

"폴란드는 영어 쓰지?"       


우리에게 낯선 나라 폴란드는 자국어인 폴란드어를 쓴다. 영어와 비슷하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만큼 폴란드는 영어와 거리감이 있는 언어이다. 바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독일을 가리키는 폴란드 단어 니엠치Niemcy‘ 의 의미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니 러시아와 체코와 같은 슬라브 족에 속한 폴란드인들이 서유럽계의 언어에 느끼는 언어장벽이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폴란드는 최근에 영어실력 면에서 한국인이 주목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이다. 숫자 같은 간단한 영어도 통하지 않아서 나 같은 외국인은 손짓 발짓을 해가며 소통해야 하는 폴란드는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많은 젊은이들이 편의점에서 영어로 주문을 받는 등 부모세대와 비교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영어실력을 자랑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모두 만나는 나 같은 외국인은 마치 이들이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인 듯한 한 착각마저 들게 된다.      


폴란드는 영어권 사람들이 꽤나 익히기 어려운 언어에 속한다. 외교관 같은 고위공무원을 교육하는 미국 정부기간인 FIS(Foreign Service Institute) 자료에 의하면, 폴란드어는 Level 2 에 속하는 언어로 한국어가 속한 Level 3에 이어 영어를 배우기 위해 가장 많은 훈련시간을 요하는 언어이다. 그럼에도 단 한 세대 차이로 영어실력의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폴란드에게 이들의 비결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모국어가 영어와 꽤나 거리가 있는 폴란드들이 영어를 듣고 말하게 되기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피질과 변연계뇌 로 이루어진 뇌의 모습. (출처: siimland.com <what to feed your neocontext to boost brain power>



한 개인의 영어실력 향상은 (1) 영어를 공부하는 동기 why와 (2) 영어 학습방법 how의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영어를 비롯한 모든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장기 전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엔진 역할을 하는 동기가 가장 중요한 변인 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은 ‘왜 why’ 가 행동을 추진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고 강조하며 인간 뇌의 생물학적 특성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뇌의 가장 겉면에 해당하는 신피질 neocortex은 '무엇 what'과 관련한 내용을 관장하고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담당한다. 반면 뇌의 중앙부인 변연계 뇌 limbic brain는 우리의 감정과 더불어 인간의 행동 그리고 의사결정에 관여한다. 할 일 what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기 싫은 것은 왜 해야 하는지 why에 대한 감정에 불을 붙일 동기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동기가 강렬하지 않은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것은 비단 한 개인의 특성만이 아니며, 인간이라면 생물학적으로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무턱대고 개인의 게으름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꼭 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영어를 왜 배우는 가를 말해주는 동기 WHY는 마라톤과 같이 장기전일 수밖에 없는 언어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추진체가 되며, 영어를 배우는 효과적인 방법 HOW은 목적에 빠르게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동기 WHY 의 변화배움을 요구하는 폴란드 학생들   

영어는 이력서를 위한 스펙일 뿐일까?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공기관 건물. 유럽의 유명한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예술적인 건축물과 달리 폴란드에는 매우 사무적으로 생긴 건물이 많은 것은 공산주의 시절의 잔재이다. 


폴란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았던 나라이다. 폴란드는 불과 몇십 년 전까지 공산국가였기 때문에 정치적 문화적으로 매우 고립되어 있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전직 영어교사였던 마고자타 카칙Malgorzata Kacik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대의 폴란드를 회상하며 영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폴란드와 교류하는 나라는 대부분의 경우 러시아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가르쳤다. 불과 1980년대만 해도 폴란드에서 영어는 완전히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1991년 공산주의를 벗고 서방세계에 문을 열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서유럽 국가와의 교류에 물꼬가 트이면서 회사와 관공서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영어 사용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대학도시인 브로츠와프에서도 단 한 개였던 영어 관련 학과가 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면서 6개가 넘게 새로 문을 연 사실은 폴란드 사회에서 얼마나 영어의 필요성이 증가했는지 반증해준다.    

  

현재 2017년을 살아가는 현재의 폴란드 젊은이들은 영어라는 도구가 자신의 미래에 강력한 무기로 쓰일 것임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폴란드인들이 느끼는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는 그 어느 때 보다 강렬하다. 필자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이들도 이를 증언하고 있다. 폴란드 고3인 H는 학교 영어수업시간에 가끔 딴짓을 하는 학생은 있어도 아예 무관심한 학생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며, 영어는 본인의 미래와 직결된 과목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했다. 브로츠와프에서 의대에 다니고 있는 안드레이 Andzrej와 그의 친구들도 영어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한다는 데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는 영어를 왜 배우는지를 묻는 내가 오히려 민망해질 정도로 이들에게 영어는 당연히 갖추어야 할 능력이었다. 이들에게 영어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활용 수단이었지, 시험 점수 상의 스펙을 위한 숫자가 아니었다.  폴란드 젊은이들은 영어를 자신의 활동범위를 수배로 확장시켜 줄 강력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었다. 


전직 공립학교 영어교사인 마고자타도 자신이 어릴 때는 그저 학교에서 수동적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만 했지만 지금의 학생의 태도는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증언했다. 최근에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내용을 교사에게 직접적으로 요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배움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믿음이 있으며 이 중심에 영어가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폴란드는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가 어느 때 보다 강렬하다. 



방법 HOW의 차이: 폴란드의 수능은 달랐다


현재 폴란드 학생들이 교사가 긴장할 만큼의 무시무시한 동기를 가졌다면 정부와 학교는 1999년과 2008년 두 차례의 교육개혁을 통해 영어를 말하고 쓸 수 있는 교육 방법을 제공코자 했다. 학생 개인은 동기 WHY로 배울 준비가 되었고, 학교는 개인의 목적을 달성할 효과적인 방법 HOW으로 이 둘이 적기에 만난 셈이다.     

 

폴란드 학교는 전국적으로 정해진 교과서가 없다. 오직 고등학교 졸업시험이자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인 마투라 Matura를 준비하는 것으로 고등학교 영어 커리큘럼이 만들어진다. 교재나 내용은 모두 교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마투라 시험이라는 최종관문을 바라보고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을 보면 수업의 내용은 마투라의 방향에 상당 부분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폴란드 수능인 마투라 영어시험은 우리나라 수능과 달리 영어의 4가지 영역, 즉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가 골고루 측정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상당수의 문제가 단답형으로 직접 작성해서 쓰거나 한 페이지 이상의 글을 쓰거나 혹은 시험관의 질문에 직접 말을 해야 하는 체계이다. 5지선다의 찍기 식으로는 도저히 고득점이 불가능하다.  말하기와 쓰기 시험이 있다는 사실은 언어의 생산기능을 포함한 의사소통 능력을 측정에 그 목적이 있음을 보여준다쓰기 시험도 한 두 문장을 쓰고 마는 식이 아니다. 수백 자 분량의 완성된 글을 적어 내야만 한다. 말하기 시험은 결코 까다롭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말은 알아듣고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어야만 통과가 가능하다. 인터뷰했던 폴란드 현지 고등학교에 다니는 H도 폴란드 자신이 학교에서 받는 영어수업에 대해 설명해주며 10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마투라 형식에 따라 4가지 모두를 훈련한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영어교육이 결코 완벽하고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를 익히기를 목표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다. 

      


사이몬 시텍Simon Sinek. 변화를 위해서는 동기WHY 에서 방법HOW 그리고 해야 할일 WAHT 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구글)



방법 HOW의 비밀: 핀란드     


폴란드와 더불어 영어권이 들에 게 어려운 언어인 핀란드어는 영어와 달리 우랄계 언어로 속해 있다. 핀란드를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모국어가 영어와 거리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국민의 70%가 영어를 말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소통이 가능한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복지 수준 및 교유 체계가 안정적인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은 다른 북유럽의 나라의 국민들도 매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만, 이 중 하필 핀란드를 모델로 든 이유가 있다. 노르웨이어와 스웨덴어는 이미 영어와 사촌뻘 되는 영어와 가장 유사점이 많은 언어에 속하기 때문이다. FSI 자료에 의하면 영어권 사람들이 600시간 정도를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스웨덴어나 노르웨이어를 구사할 수 있는 반면, 핀란드어는 이에 비해 두 배 정도의 시간과 노력 요구된다. 노르웨이와 스웨덴보다는 핀란드의 경우가 영어와 상극이라 불릴 만큼 상당 부분에서 다른 한국어를 쓰는 우리에게 더 큰 시사점을 준다.   

     

핀란드가 흥미를 끈 이유는 복지 수준이 높은 그들에게 마저도 영어학습 방법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영어 소통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복지 수준으로 인한 효율적인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와 더불어 ‘방법’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 모국어와 영어 간의 간극이 큰 언어를 쓰는 핀란드의 성공적인 예는 외계어만큼이나 영어가 낯설게 느끼는 우리가 희망을 가질만한 증거가 된다.      


핀란드 학교에서 선택한 방법은 이전과 이후의 영어교육 접근 방법에서 큰 변화가 있다. 이전의 교육 방식은 문법 중심의 교육방법 Grammar-Translation Method로 중고등학교에서 해왔던 수업방식과 유사하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영어로 쓰인 글 모국어로 옮긴다든지, 읽은 내용을 확인하는 문제를 풀고 교사는 정답 여부를 확인하거나 영어단어는 모국어로 된 정의로 암기하는 등의 활동은 우리에게 익히 익숙한 방법이다.      


핀란드는 문법 중심 방법을 벗고 새로운 방법을 채택했다. 의사소통 중심의 교육방법이 그것이다. 이 방법론은 문법 중심의 교육방법에 비해서 그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여 몇 개의 활동으로 대표하기가 어려우나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개를 예시로 제시해 보겠다. 즉, 영어로 쓰인 최근 신문기사를 읽으며 실제 쓰이는 영어를 접한다든지, 그림을 보고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말해본다든지 혹은 역할극을 해보거나 주제를 정해서 관련된 단어를 뽑아서 배운다든지 등의 실제로 쓰이는 맥락을 통해 영어를 말 혹은 글로 생산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수많은 영어교육 방법론 중 주요한 일부인 문법 중심 교육이 잘못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각기의 교육방법의 목표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법 중심 방법은 20세기 초에 라틴과 그리스어로 된 문학 작품을 읽고 감상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와 달리 의사소통 중심 방법은 교실 밖의 실제 언어환경엥서 적시에 합당한 언어를 쓰도록 돕는데 그 목표가 있다.  오로지 문법 중심 방법론으로만 배우면서 영어를 실제 상황에서 유창하게 말하기를 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일 수 있다

  

실제 핀란드의 영어 수업에서는 배운 내용을 시험지가 아닌 말로 바로 생산해 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시험 점수가 아닌 말과 소통에 집중하게 장려한다는 점에서 핀란드는 영어교육을 하는 방법을 바꾸어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예라고 할 수 있다.       


폴란드와 핀란드의 예를 보면, 영어를 배우는 동기 WHY와 그에 바르게 조준된 정교한 방법 HOW을 아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 영어를 배우기 앞서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강렬한 동기와 옳은 방법이면 어느 나라 출신이든지 누구나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다. 영어와 그토록 거리가 먼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우리들은 영어를 구사하기 까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할 수 없다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한국인은 더 효율적인 정곡법을 써서 노려야 한다는 하는 분명한 근거가 된다. 




* 참고문헌:     

D. Larsen-Freeman & M. Anderson(2011). Techniques & Principles in Language Teaching. Oxford

S. Sinek(2009). Start with Why. Portfolio Penguin  

KBS 스페셜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    

 

* 귀한 시간 내서 인터뷰에 응해준 Malgorzata Kacik과 Edyta Wojewodzka 그리고 강하람 양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핵심적인 질문으로 소통해주신 오늘내일님의 말씀에 이 글로 답신을 올려드립니다. 좋은 질문 주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 한국인의 영어 독립'을 꿈꾸며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카더라' 통신의 막연한 정보가 아닌 경험과 이론으로 증명되어 '알면 세월을 아껴주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기다리고 계신 분들이 많은 줄 압니다만 처방전을 쓰기 앞서 면밀히 지금의 상태를 알아야 하는 것과 같이 차분히 원인을 짚는 것으로 시작하여 설득력 있는 방법 순으로 진행합니다. 

당신의 영어 독립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소한 좋은 습관, 소질의 힘을 믿습니다 

   매일 영어를 말하면 만나는 설레는 일, 위스픽잉글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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