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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Feb 24. 2018

10년째 안 트이는 말문에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면?

“너는 이렇게 영어를 못해서 여기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너 영어 진짜 이상해서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영어 때문에 이런 핀잔을 들으니 자존심이 심하게 상한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공부를 잘했던 이들이다. 10년이 훨씬 넘도록 영어를 공부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단어를 외우고 독해 연습을 했던 이들에게도 아직 영어가 큰 산이라는 사실은 잘 납득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인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비틀스, 빌 게이츠 등의 예를 들며 어느 분야이든지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라는 양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만 시간을 쪼개 보니, 하루에 3시간씩을 투자했을 경우 약 3,333일,  약 111개월, 즉 대략 9년 남짓한 시간이다. 하루에 3시간씩 약 10년 정도 꾸준히 노력하면 전문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글로 된 영어는 막힘없이 읽으면서도 그림을 말로 설명해보라는 지시를 받자 당황하게 되는 것은 이 분만의 어려움이 아닐 것이다. (출처: KBS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공교육 사교육을 평균 2만 시간을 영어에 쓴다고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글래드웰이 말한 1만 시간에 비해 거의 두 배를 투자했던 셈인데, 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우리의 현실에 의아해진다. 미국 교육평가원(ETS)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영어 말하기는 157개국 중 121위를 기록했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가 들였던 노력에 비해서 결과가 너무도 실망스럽다는 사실이다.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우리는 참 오랜 시간을 영어 공부에 투자했지만 유독 한국인들 중에는 영어로 입을 떼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미국인에게 가장 어려운 외국어가 한국어라지만, 이 역시도 그들이 배우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며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뿐이지 않은가. 엄청난 학습 양을 자랑하는 우리인데 왜 아직도 영어를 듣고 말하기 답답한 것일까? 



"왜 도대체 안 느는 거니? 나 열심히 했는데! " 

  

영어가 도대체 늘지를 않는다고 답답해하던 지인 J에게 이제까지의 공부방법을 물었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 모여 공부를 하는데, 영어문장 패턴 책의 내용을 각자 눈으로 보고 외워온 후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손으로 써가며 시험 보는 식으로 1년을 진행했다고 했다.  정말 착실하게 공부했는데 왜 아직도 벙어리 인지, 왜 하고 싶은 말이 목에서만 맴맴 도는지 한숨만 나온다고 털어놓았다.      


언어 학습은 인내심이 필요한 장기 전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 양을 투자했는데도 기대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과연 이제까지의 학습방법이 올바른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열심히 운전을 했지만 목적지에 다다르지 않는 것은 아예 방향이 잘 못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전속력으로 달린 들 평창을 향하고 있으면서 부산 앞바다를 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글은 읽는데 말은 안 되는 이유

   

글로 쓰는 건 하겠는데 왜 도대체 말이 안 나오는지에 대한 해답은 뇌과학에서 얻을 수 있다. 인간의 기억에는 서술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이 있다. 서술적 기억은 장소, 사람, 어제 한 일과 같이 의식적으로 기억하려고 노력해서 저장되는 내용이다. 반면 절차적 기억이란 무의식적으로 학습되는 기술이나 습관을 가리킨다. 편의상 여기서는 공부해야 얻을 수 있는 기억을 공부 기억으로 몸으로 직접 훈련해야 기억되는 내용을 운동 기억으로 부르도록 하겠다.  ‘폴란드의 수도는 바르샤바’다 와 같은 내용과 같이 한 번 들으면 알 수 있는 것은 공부 기억이다. 반면 자전거를 타는 방법과 같이 오로지 몸으로 직접 연습을 해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은 바로 운동 기억에 해당한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이론으로 공부한다고 실제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지 않는 것과 같이 운동기억을 활용해야 하는 내용은 반드시 몸으로 익혀야만 한다.  공부 기억은 뇌의 측두엽에서, 운동 기억은 뇌의 안쪽에 있는 기저핵과 전두엽에서 담당하는데, 그만큼 공부 기억과 운동 기억은 역할과 기능이 분리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운동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 언어의 구조를 배우는 것과 운동은 같은 뇌의 영역을 사용한다.               (출처: wikipedia)



모국어를 사용할 때는 공부 기억과 운동 기억을 모두 사용한다. 어휘 Mental Lexicon는 공부 기억에 저장되고, 문장 구조 Mental Grammar는 운동 기억이 활용되는 것이다. 우리가 모국어를 생각하는 과정 없이 바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말의 구조가 무의식적인 운동 기억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모국어라도 자주 쓰지 않는 어가 잘 생각 나지 않는 것은 어휘는 공부 기억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건은 문장 구조를 기억하는 기능은 운동에서 담당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국어의 구조를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습으로 몸으로 배웠다.  우리가 모국어를 말할 때 망설임이나 문장을 골똘히 생각하는 과정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귀로 수천번 듣고 입으로 수도 없이 말하며 습득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배우는 경우는 이와 다르다. 문장 구조와 어휘가 모두 공부 기억으로 우선적으로 저장이 된다. 우리가 영어로 문장을 만들어서 말이 입에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모국어의 구조는 운동 기억에 저장되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대신, 외국어의 구조는 공부 기억에서 의식적으로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어 다음에 동사 그리고.. 하며 머릿속으로 영어의 문장 구조를 떠올리며 만들어내는 동안 이미 대화는 다음 주제로 이미 넘어가 버리기 일쑤이다. 내내 머리만 복잡하다가 정작 실제로는 몇 마디 못하게 되는 원인은 바로 모국어와 달리의 영어의 문장의 구조가 운동 기억이 아닌 공부 기억에 들어가 있기에 자동적으로 튀어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문장의 구성이 영어와 판이하게 다른 한국인은 영어 문장 만들기에서 더 고전을 하게 된다. 


그러면 대한민국 성인이 영어를 배우는 일은 영 불가능한 것일까? 문장 구조가 영어와 완벽하게 다른 한국인이 영어 구조가 모국어처럼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어불성설일까?      



공부하지 마세요. 몸에 양보하세요     


희망적 이게도 공부 기억의 내용은 무의식적인 운동 기억으로 전환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방법으로는 오로지  반복적인 연습이다. 그러면 다시 물음이 생긴다. 우리는 이미 2만 시간을 연습했지 않는가. 이렇게 하고도 안 된다면 이쯤 해서 포기해야 할까?      


우리가 영어에 접근했던 방법을 떠올려 보자. 단어를 적어가며 암기하고, 문장을 해석하고 독해 문제집을 수권씩 풀어가며 영어와 씨름했다. 내신영어, 수능 영어, 토익 영어라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공부하는 방법은 읽고 사지선다 문제의 답을 찍기 하는 방법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운동 기억이 아닌 표면적인 공부 기억에만 있었을 뿐이었다.  직접 내 입을 움직여생 활에서 써먹으며 연습하지 않고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운전 실기시험을 준비하거나 혹은 도로에서 직접 차를 몰아보지는 않고 운전면허 이론 시험 준비만 한 셈이다. 우리가 머리로만 암기했던 영어 문법은 실제로 말할 때는 수차례 생각해야만 겨우 떠올릴 수 있는 내용에 불과했다. 말이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와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거늘 우리의 영어는 의식적 수준인 공부 지능에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써먹는 영어를 위해서라면 운동 기억을 활용하는 쪽으로 노력의 방향을 선회해야만 한다. 



박태환 선수가 수영을 구경만해서 익혔을까? 수영과 영어는 반드시 직접 몸으로 익히며 운동기억에 저장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영어를 모국어처럼 운동 기억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방법, 즉 단어를 써가며 외우고 문장을 우리말로 해석해서 4지선다 문제의 답을 구하는 식의 내용은 공부 기억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말하는 영어를 위해서는 운동 기억에 담길 내용을 익혀야만 한다. 글로만 배운 연애와 영어는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  


우리가 이제까지 그저 열심히만 해왔던 문제풀이용 공부로는 말문이 트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멋지게 가르치기 Teach Like a Champion>의 저자 레모브 D.Lemov 는 연습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연습이란 완벽하게 만드는 것Practice makes perfect이 아니라 ‘영구적 permanent’으로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무조건 많이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방법을 바꿔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적어도 시험 점수만이 아닌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를 익히고 싶다면 말이다.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알아야 할 때이다.


영어는 시험과목이 아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전통적인 공부와는 완전히 방법을 달리해야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어가 안 들리고 입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영어를 공. 부. 했기 때문이다. 영어를 근육을 써서 익히는 운동처럼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워나가야 한다. 


영어와 간극이 큰 언어인 한국어를 모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투여해야 할 절대 양 자체가 서양인보다 훨씬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에게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 절실하다. 방법마저 올바르지 않다면 우리는 영어가 도저히 내 손에 잡히지 않는 뜬구름 마냥 한없이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 공부 기억 vs 운동 기억 체크리스트

 

나의 영어학습 방법은 공부 기억을 쓰는 것일까, 아니면 운동 기억을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1. 공부는 자고로 손으로 써가며 하는 것이라 믿으며 영어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익힌다. 


2. 철자를 알면 단어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글로 보면 다 아는 내용도 그 상황에서 말로 하려고 하면 입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4. 단어나 문장을 외우고 쓰는 것으로 확인하고 만다. 


5. 하루에 영어를 소리로 듣는 시간은 몇 분인가요? 


6. 내입으로 말하는 영어 문장은 하루에 몇 개인가요?


7.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보는 영어 문장 수는 하루에 몇 개인가요? 


8. 오늘 외운 단어로 내가 필요한 문장을 지금 만들어낼 수 있나요? 


9. 문법책에서 배운 내용으로 영어 문장을 만들어 말할 수 있나요? 




* 이런 분들을 위해서 글을 씁니다.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 <언제쯤 영어를 잘하게 되나요> 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게 됩니다. 


1. 영어를 시험 점수만이 아닌 의사소통의 도구로 쓰고 싶다. 


2.. 아무리 영어를 공부해도 늘지를 않는 것 같다. 


3. 내 공부 방법이 맞는지 확신이 없어서 자꾸 포기하고 싶다. 


4. 난 언어에는 아무래도 재능이 없는 것 같아서 포기해야 하나 싶다. 


5. 성인이라 영어를 배우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 


6. 최소한 단기연수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7.기껏 암기한 단어와 문장이 기억나지 않아 속상하다. 


8. 이 학원 저 학원 기웃거리다가 시간만 보냈다. 







영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폴란드 거주 한국 교민들을 도와드리는 마음으로 한자 한자 쓰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네요.  본문에서 보시는 여러 실수 예시는 제 경험 혹은 지인 분들의 실제 사례에서 온 것이랍니다. 오지랖 언어 욕심으로 독일어, 불어, 중국어를 다 들이대 봤으나 오로지 영어만 생존시킨 다수의 시행착오 경험을 심리학, 교육학, 언어학 등의 이론으로 무장해서 전해드립니다. 


응원해 주신 분들, 공감해 주신 분들, 의견 나눠주신 분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 대한민국의 영어 독립만세'를 꿈꾸며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카더라' 통신의 단편적인 내용이 아닌 이론과 경험으로 증명된 내용으로 '알면 세월을 아껴주는 영어 훈련법'을 전합니다. 

영어 독립을 이룰 당신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 참고문헌:

D.Lemov, E. Woolway & K.Yezzi(2012). Practice Perfect. Jossey-bass

존 R. 앤더슨(2000). 인지심리학과 그 응용

KBS 스페셜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





 소한 좋은 습관, 소질의 힘을 믿습니다 

   매일 영어를 말하면 만나는 설레는 일, 위스픽잉글리시 

http://wespeakenglis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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